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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나기 피해가자?...정부 오락가락 유가대책 속내는…
정부 왜 못 나서나

2008년 고유가 위기 학습효과

유가 상승기 유류세 인하

소비자 체감도 낮고 실효적어


현 고유가 상황은

세계경제 회복세 2008년과 달라

상승세 지속시기 전망 불투명

정부 대응책 과거보다 더 후퇴


유류세 인하에 대한 정부 입장이 오락가락한다. 소비자가 보기에 그렇다.

지난 6일 발표된 ‘석유시장 투명성 제고 및 경쟁 촉진 방안’에 유류세 인하 방안은 없었다.

하지만 같은 날 국회에서 김황식 국무총리는 “세수와 에너지 전략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보고 유류세 인하 부분도 검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석유시장 대책 내용과 달리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공식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뜻으로 풀이될 만한 발언이었다.

바로 다음날인 7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김 총리와) 입장이 기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면서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날 오후 김낙회 재정부 조세정책관은 “유가의 상황을 봐가면서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나름의 컨틴전시 플랜을 가지고 움직이겠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다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그는 “나름대로 적정한 시점에, 적정한 (석유) 가격에, 적절한 수준에서 (유류세 인하를) 하겠다”는 모호한 설명을 덧붙였다.


적정한 시점이 언제고, 적정한 유가 수준이 얼마냐는 물음에 재정부는 입을 다물고 있다. 언뜻 복잡해보이는 정부 설명 속에 담긴 전략은 사실 단순하다. 시간 끌기에 들어간 것이다.

재정부의 이 같은 시간끌기는 2008년 고유가 위기 당시의 학습효과 때문이다. 당시 유가는 급하게 끓어올랐다. 3월에 서둘러 유류세를 인하했던 정부는 국제유가가 그래도 더 오르자 6월에 추가로 ‘고유가 극복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유가 환급금을 지급하는 한편 국제유가가 배럴당 170달러를 넘어가면 유류세를 한 번 더 인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유가 상승기엔 유류세를 인하해봤자 소비자가 체감할 수 없다. ℓ당 몇 십원 인하해봤자 원료값 탓에 제품 가격도 금방 다시 올라가기 때문이다. 워낙 강한 소나기가 올 때 웬만한 우산으로는 소용도 없다. 차라리 비가 잦길 기다리는 편이 낫다.

이미 3월에 쓴맛을 본 재정부는 6월 고유가 종합대책 설명자료를 통해 그런 내용을 밝히고 있다. 당시 재정부는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유류세를 일괄적으로 인하할 경우 그 효과도 불확실하다”면서 “무엇보다 소득 수준, 정책적 지원 필요성 등과 관계없이 획일적ㆍ무차별적으로 지원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실 유가가 제자리걸음하거나 아니면 하락할 때 유류세를 인하해야 효과도 크고 정부도 생색을 낼 수가 있다. 아예 유류세 인하가 불필요해질 수도 있다. 지난 2008년 6월에도 배럴당 170달러로 치솟으면 유류세를 추가 인하한다고 했지만 세계 경제위기로 유가가 급락하자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됐다. 지금 정부는 유가가 다시 안정될 수 있다는 한 가닥 희망도 버리지 않는 듯하다. 유류세 인하는 막대한 재정 부담을 전제로 한다. 여러 번 쓸 수 있는 카드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 고유가 사태는 2008년 당시보다 더 심각하다. 세계경제 회복세를 타고 유가는 꾸준히 올라가고 있는 데다 상승세가 얼마나 지속될지 짐작하기 어렵다. 현재 정부 대응책은 과거보다 더 후퇴했다. 현 정부는 국제유가가 1배럴에 몇 달러가 되면 유류세를 인하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3개월 후 정유사들이 100원씩 내렸던 가격을 회복시키겠다고 나서면 그때 유류세 카드를 내밀기 위해서라는 얘기도 있다. 정부도 하니 당신들도 좀 더 계속하라는 논리인 셈이다.

<조현숙 기자 @oreilleneuve>
newe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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