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심사 교수 23% 탈락

학생들과 소통부재 심화


이른바 개혁의 이름으로 도입됐던 카이스트만의 ‘무한경쟁 시스템’은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도 ‘인간성 상실’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교수의 연구실적이 좋지 않을 경우 정년 보장을 해주지 않는 ‘테뉴어제도’가 도입되면서 최근 4년간 정년 심사를 받은 카이스트 교수 140여명 중 23%가 탈락하자 교수들은 그동안 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해 왔고 급기야 지난해에는 2명의 교수가 심장마비로 쓰러진 사건까지 발생했다.

당시 문병을 갔던 한 동료 교수에 따르면 두 명의 교수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깨어날 때 모두 첫 번째로 “논문을 써야하는 데…”라고 말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고 전했다.

카이스트 학부의 한 교수는 “테뉴어제도 도입 이후 교수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경쟁심과 거리감을 느끼게 되고 속에 있는 고민을 쉽사리 서로 상의하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학생에게 신경쓰는 일은 그만큼 적어졌다고 한다. 학생들의 고민을 훤히 보고도 자기 코가 석 자라서 신경쓰지 못하는 식의 ‘소통 부재’가 카이스트 내부에 자리잡았다는 것.

특히 2학년 때까지 전공을 정하지 못하는 학생은 지도교수를 2년 동안 받지 못해 혼란을 겪기도 한다. 결국 지나친 무한경쟁이 부른 소통의 부재가 잇단 비극을 부른 꼴이 된 셈이라고 교수들은 입을 모았다.

대전=이권형 기자/kwon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