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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묘기 아닌 아찔한 예술…서커스의 신세계 열다
태양의 서커스 ‘바레카이’ 내달 29일까지 공연
환상적 드라마·화려한 아크로바틱 멋진 어울림

130여종 의상·라이브밴드 강렬한 음악 조화

객석 연일 만원사례·관객들 기립박수





추락은 새로운 삶의 시작이었다. 태양을 향해 맹목적으로 날갯짓하던 이카로스는 미지의 세계를 만났다. 꿈처럼 펼쳐지는 환상적인 무대는 음악과 의상, 소품과 조명, 그리고 ‘몸’이 완성했다. 원형 공간을 가득 채운 곡예는 왜 태양의 서커스 공연이 ‘묘기’가 아닌 ‘예술’인가를 보여줬다.

‘바레카이’가 개막한 6일 저녁 빅탑 옆 잠실 종합운동장에선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가 맞붙었다. 하지만 천막 안은 홈팬들이 지르는 승리의 함성도 들리지 않았다. 거대한 천막 안 2000석이 넘는 객석은 가득 찼고 관객들은 오랜 기립박수로 감격을 전했다.

2007년 ‘퀴담’에 이어 2008년 ‘알레그리아’ 이후 3년 만에 한국을 찾은 태양의 서커스는 3년을 기다린 한국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2002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초연된 ‘바레카이’는 전 세계 60개 도시에서 600만 관중에게 같은 환호를 받았다.

‘바레카이’는 집시언어로 ‘어디든지’란 뜻이다. 날개를 잃고 낯선 곳에 떨어진 청년이 희망과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바람이 이끄는 곳이면 어디든지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는 화려한 아크로바틱과 강렬한 음악, 기발한 의상이 하나가 돼 전했다. 

태양의 서커스가 ‘퀴담’ ‘알레그리아’에 이어 ‘바레카이’로 세 번째 한국을 찾았다. 묘기를 예술로 승화시킨 그들의 무대에 관객은 환호했다.

손과 발, 머리와 입을 이용해 볼링 핀부터 축구공, 탁구공, 모자까지 사용한 저글링이나 공중에서 후프, 밧줄, 그물 등을 활용해 펼쳐지는 아찔한 곡예는 기본. 목발을 이용한 솔로댄스는 탄성을 자아냈다. 곡예 중간을 잇는 마술과 광대 연기는 무대 밖 관객까지 끌어들인 유머로 큰 웃음을 선사했다.

그네를 이용해 공중으로 몸을 내던지는 러시안 스윙은 폭발적인 에너지로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곡예사들은 두 개의 거대한 그네로 박자를 맞추고 양쪽에서 반동을 이용해 솟아오른다. 천장에 닿을 듯, 바닥에 추락할 듯 뛰어오르고 회전하는 곡예사들의 대담한 움직임은 보는 이들에겐 짜릿한 즐거움이다.

태양의 서커스가 선보이는 곡예는 인간의 신체에 대한 놀라움의 연속. 이를 단순한 움직임이 아닌 예술로 승화시킨 조력자는 음악과 의상이었다. 


오스카상 수상자인 에이코 이시오카가 그리스 신화에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의상은 의상팀이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 우아하고 화려하면서도 몸과 함께 움직이는 130여 종의 의상을 완성했다. 신발과 모자, 다양한 액세서리까지 합치면 무려 600여 점이 동원됐다.

무대의 배경인 신비로운 은신처엔 300그루가 넘는 나무들로 숲을 만들었다. 이 흔들리는 나무 뒤편에서는 흥겹고 구슬픈 음악이 흘러나왔다. 하와이 민속음악과 가스펠, 현대 작곡가의 다채로운 음악을 7명으로 구성된 라이브밴드가 키보드, 드럼, 퍼쿠션, 베이스, 바이올린, 피리 등을 직접 연주했다.

‘바레카이’에 대한 관심을 증명하듯 개막 공연엔 엄정화, 백지영, 이선균 등 연예인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이번 공연 주최사인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측은 “개막 첫날 객석 점유율은 98%에 이르렀고 현재 다음달 초 공연까지 주말은 80%, 평일에도 60% 넘는 예매율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바레카이’는 다음달 29일까지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공연된다.

윤정현 기자/h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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