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1일로 취임 100일을 갓 넘겼다.
‘정책기관으로의 역할’과 ‘속도감’을 취임일성으로 던진 김 위원장 답게, 지난 100일은 그야말로 ‘일사천리’였다.
출근 3일만에 국과장급 대폭 인사를 단행하더니 생필품부터 산업재인 전선, 연예인 노예계약, 태광그룹 사건까지 불공정의 낌새가 보이는 모든 분야에서 ‘경제검찰’의 위력시범을 보였다.
‘석유에서 두유까지’, ‘단무지에서 비닐하우스용 필름까지’ 민생과 관련한 담합과 불공정행위에는 속전속결로 대응했다. 기획재정부의 물가잡기 행보와 가격 구조개혁 작업에 발맞추기 위해선 불가피한 일이었다.
특히 물가기관으로써의 역할을 자임하자 공정위의 ‘정체성’에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숨돌릴 틈 없는 속도전으로 돌파했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 논리”라며 “유통구조 개선을 통한 물가안정 등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공정위의 역할은 강화되고 확대되어야 한다”는 논리보다 무섭게 일하는 것으로 대응한 셈이다. 공정위의 직원들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형성되더라”고 말할 정도였다.
여느 위원장들보다 현장도 많이 찾았다. 김 위원장의 리더십이 ‘속도감’과 함께 ‘현장감’으로 요약되는 이유다.
김위원장은 동반성장 문화 확산을 위해 유통, 건설, 제조업계의 CEO들을 상대로 파격적인 3일 연속 릴레이 간담회를 가졌다.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등 전국을 잇달아 누비며 산업단지내 중소기업 CEO들을 만났다. 재계와 학계 등을 상대로 정부의 동반성장 의지와 공정위의 정책방향을 설명하는 강연이나 오찬 간담회도 연일 계속됐다.
위원장이 움직이니 당연히 위원회도 같이 움직였다.
유가ㆍ통신비, 동반성장, 물가 등 정부의 굵직굵직한 TF에는 늘 공정위의 자리가 마련됐다.
최근들어 공정위의 무게중심은 물가에서 ‘대ㆍ중소기업 상생’과 ‘진입규제 개선’쪽으로 다시금 옮겨가는 모습이다.
공정위의 1분기 역할이 ‘물가잡기의 뾰족한 수가 없는 경제부처를 대신해 시장의 인플레이션 심리에 경고를 가하는 것’이었다면, 2분기부터는 ‘상생문화의 점검자’ ‘독과점 위주인 일부 산업의 경쟁촉진자’로의 변모가 예상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김위원장은 상반기중 15대 대기업 총수와의 연쇄 간담회를 추진중이다.
물가 전쟁의 선봉군 역할을 했던 공정위가 다시 홈그라운드로 복귀한 것에 대해서는 반갑다는 목소리가 많다. 동반성장문화의 확산과 진입규제 개선 작업은 우리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물가잡기보다 더 의미있는 과제다. 정부정책에 여느때보다 ‘탄력적’이었던 ‘김동수호’의 행보에 관심이 높다.
<홍승완 기자 @Redswa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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