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중심부의 한 지하철역에서 11일 강력한 폭발이 발생해 최소 11명이 죽고 126명이 다쳤다. 부상자 가운데 20여명은 중태여서 사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아직 폭발의 배후는 드러나지 않았으나 벨라루스 검찰은 이번 사건을 테러 사건으로 규정하고 범인을 쫓고 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경 퇴근 인파가 붐비는 환승역인 옥티야브리스카야역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물에는 피해를 키우기 위한 철체 파편들이 함께 들어있었다고 벨라루스 보안당국은 밝혔다. 사고가 난 역은 알렉산드르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 집무실과 대통령 행정실 건물에서 약 100m 정도 떨어져있다.
폭발 직후 역사에서는 검은 연기가 뿜어져나왔고 얼굴이 피범벅이 된 승객들이 역사 밖으로 뛰쳐나왔다. 손과 발이 잘려 나간 처참한 모습의 부상자들도 목격됐다. 지하철 역안에는 깊이 1m50㎝ 정도의 큰 웅덩이가 생겼다고 한 목격자는 전했다.
일부 목격자들은 폭발이 객차 안에서 일어났다고 증언했으나, 또다른 목격자들은 플랫폼에서 폭발물이 터졌다고 주장했다.
루카센코 대통령은 사건 발생 직후 정부 비상 회의를 소집해 서둘러 범인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그는 “외부에서 우리에게 이 ‘선물’을 가져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우리 내부를 살펴볼 필요도 있다”며 반정부세력 등을 겨냥했다.
14년간 철권통치를 해온 루카센코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대선에서 80%에 달하는 득표율로 4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선거부정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치적 혼란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항의 시위가 열리고 700명 이상 경찰에 체포됐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