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베이비 스텝’ 속도조절 차원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리진 못했다.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정례회의를 열어 ‘4월 기준금리’를 연 3.0%로 동결했다. 이번 결정은 속도 조절의 성격이 짙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얘기하는 ‘베이비 스텝(Baby step)’은 금리 인상의 폭뿐 아니라 속도의 문제도 포함된다. 우선 경제지표 대부분이 좋지 않고 대외 악재가 겹쳐 경기 하방위험이 커진 게 동결의 이유다. 최근 발표된 ‘2월 산업생산’ 지표를 보면 전 부문에 걸쳐 경기 둔화 신호가 켜졌고, BSI(기업경기실사지수)나 CSI(소비자심리지수) 등 심리 지표들도 근래에 보기 드물게 급랭하는 모습을 보였다.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유가에 동일본 대지진, 원전 사고 여파, 유럽 재정위기 재부각 등 악재가 한꺼번에 터진 탓이다.
폭발 직전인 가계대출은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변수다. 한은 자금 순환 동향에 따르면 가계대출(2010년 4분기 말 기준)은 866조3000억원. 이 중 변동금리 대출은 736조2000억원에 달한다. 금리 인상→가계 부담→소비 위축→경기 회복 둔화’의 악순환이 걱정되는 부분이다.
사실 물가만 놓고 보면 이번에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올렸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칼럼에서 “한은이 지난해 7월부터 4차례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이는 3월 기준으로 4.7%인 물가상승률을 억제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한은이 금리를 유지하는 것은 문제를 쌓아둘 뿐”이라고 비판했다.
신창훈 기자/chun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