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존재감은 역시 보통이 아니었다. “존재감만으로도 시장의 질서와 기강이 서도록 하겠다”던 그의 약속은 공염불이 아니었다. 특급 소방수, 대책반장이란 명성 그대로였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처리는 첫 무대였다. 초토화될 위기에 놓였던 저축은행업계를 구해내며 실력을 입증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1월 삼화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를 시작으로 부실 저축은행 처리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긴장감이 느슨해질 무렵인 2월에는 부산저축은행 계열 저축은행 5곳을 포함해 모두 7곳을 영업정지시켰다. 그는 이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 기준인 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 5% 미만 저축은행 명단을 전면 공개했다. 시장의 믿음과 신뢰를 얻기 위한 조치였고, 시장은 화답했다. 불안을 느낀 저축은행 고객들의 뱅크런은 더 이상 확산되지 않았다.
저축은행 사태가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파급되는 것을 막기 위한 사후조치 역시 깔끔했다. 4대 금융지주회사의 부실 저축은행 인수를 독려해 잠재 부실 저축은행의 활로를 틔워줬다. 또 정치권을 상대로 끈질긴 설득에 나서 예금보험기금 특별계정 설치안을 거의 원안대로 처리하는 수완도 발휘했다.
기한연장이냐 종료냐를 놓고 수개월간 줄다리기했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에 대한 논란을 종식시킨 것도 김 위원장이다. 그는 DTI는 금융시장 건전성 유지를 위해 도입한 제도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규제완화 조치 중단을 관철시켰다. 급증추세인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인지한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가 갈 길은 아직 험난하다. 7년째 답을 못 내리며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는 론스타펀드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당장 처리해야 한다. 동시에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가부도 결정해야 한다. 어떤 결론이 나오든 비판을 면키 어렵다. 판단이 늦을수록 비난이 거세리란 점을 그가 모를 리 없다. 때문에 그의 판단은 이번에도 빠르고 냉철할 것이다. 경기양극화에 따른 서민경제 불안을 잠재우고, 8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책임도 그에게 있다. 산적한 과제에 골몰하는 김 위원장은 요즘 집으로 퇴근하는 일이 드물다. 집무실 한쪽에 마련한 간이침대를 이용할 때가 많다. 그가 앞으로도 계속 금융시장의 대책반장으로 기억 속에 남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재섭 기자/i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