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하던 국제 원당가가 하락세로 돌아섰음에도 국내 설탕의 소매가격은 오히려 급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당 매입과 설탕 제조사이에서의 시차 때문이지만, 정부의 뒤늦은 엊박자 대처가 한 몫 했다는 지적이다.
aT(농수산물유통공사)가 유통 POS데이터를 통해 시중 설탕의 소매가격을 조사한 결과, 6개 설탕 브랜드의 가격은 올해 1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지난 3일까지 전년 평균 31% 가량 오른 kg당 1697원을 기록했다.
브랜드별로는 ‘큐원설탕 가는정백당 1kg’이 1775.3원으로 가장 비쌌고, ‘대한설탕 가는정백당 1kg’ 제품이 1722.7원으로 두번째로 높았다.
조사대상 브랜드 6종 중 단위무게당 가장 가격이 낮은 제품은 ‘백설설탕 가는정백당 1kg’으로 평균가(1697.3원)보다 저렴한 1608원이었으나 작년 평균가격(1290.9원)에 비하면 317.1원이나 올랐다.
설탕값이 오른 것은 국제원당가의 상승때문이다. 지난해 5월만해도 톤당 300달러 수준이었던 국제원당가격은 올 1월 748.9달러 수준까지 급등했다. 특히 9월이후 상승폭이 컸다. 다만 올해 2월부터는 하락세로 돌아서 4월초에는 565.7달러 수준까지 떨어지는 모습이다.
정작 국제 원당가는 떨어지는 데 설탕값은 오르는 이유는 원당 매입과 설탕 제조 과정의 시차 때문이다.
보통 원당 매입후 생산에 사용하기 까지 짧게는 4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즉 올들어 값이 오른 설탕은 원당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에 수입한 원당을 원료로 한 것이다. 계다가 올들어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원당을 수입하는 물류비용도 증가했다. 이런 상황을 업체들이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올해 설탕값을 올린 것이다.
업체들은 “지난해 원당가격이 급등할때 해외 경쟁업체들은 이를 반영해 설탕가격을 10% 이상 인상했지만 우리 업체들은 8% 내외의 인상에 그쳤다”고 말한다. 실제로 업체들은 지난해 설탕부문에서 1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봤다. 올들어서도 매월 100억원 내외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물가가 4% 후반대를 보이는 상황에서 마침 가격을 인상해 소비자 부담을 더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업체들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설탕 가격의 인상은 제과류, 가공식품류의 줄줄이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어 더욱 그렇다.
이과정에서 정부의 한발 늦은 대응도 일조했다. 정부는 지난해 설탕가격의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 되자, 완제품 설탕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했다. 설탕 수입을 늘려 가격 안정화를 꾀하려고 한 것인데 오히려 국내 설탕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면서 업체들의 대응력을 약화시켰다는 평이다. 국제원당가의 지난해 상승폭을 감안하면 설탕보다는 원당에 대한 무관세 조치가 먼저 이뤄졌어야 했다는 분석이지만, 원당은 올들어서야 뒤늦게 무관세 적용이 되기 시작했다.
<홍승완 기자 @Redswanny>
sw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