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2011년 경제전망(수정)’은 우리 경제가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성장의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는 물가 오름세 역시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핵심이다. 물가불안의 주범으로 취급돼온 국제유가와 농수산물 가격이 시간이 지나 안정을 찾아가더라도 물가 오름세는 막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근원인플레이션이 소비자물가 넘어선다=한은은 이날 올해 우리 경제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지난해 12월 전망치(3.5%)보다 0.4%포인트 높은 3.9%로 내다봤다. 지난 12일 IMF(국제통화기금)가 예상한 4.5%보다는 낮지만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3±1%)의 상단 맨 끝이다.
어찌보면 이 수치는 4%를 넘기지 않겠다는 한은의 의지로 보인다. 물가안정 목표치를 넘겨 제시하기엔 적잖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상우 한은 조사국장은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는 1년 단위 개념이 아닌 중기적으로 3%로 가져간다는 게 기본 취지”라면서 “4%를 염두에 두고 이번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내놓은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전망에서 한은이 주목한 것은 근원인플레이션이다. 한은은 올해 근원인플레이션율을 지난 전망(3.1%)보다 높은 3.3% 수준으로 예상했다. 더욱이 근원인플레이션율이 4분기에 가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근원인플레이션이란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 같이 기상이변 등 공급 충격에 영향을 많이 받는 품목을 제외한 수요측면 물가지수를 말한다. 최근 급등한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은 점차 안정을 찾아가겠지만 수요측 인플레이션 압력은 시간이 갈수록 거세질 것이라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이상우 국장은 “근원인플레이션율의 상승은 기조적으로 물가 오름세가 지속된다는 걸 뜻한다”며 “내년에 근원인플레이션은 3.6%, 소비자물가는 3.4%로 완전히 역전돼 수요측면 물가압력이 올해보다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의 4월 기준금리 동결 결정 후 기자간담회에서 근원인플레이션율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월 가능성을 언급하며 수요측 물가압력을 강조했다.
▶민간소비 축소가 성장률 저해=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과 같이 4.5%로 제시했다. 수출이 자동차 IT(정보기술) 업종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이어가겠지만 물가상승의 영향으로 가계의 구매력이 떨어져 민간소비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불안이 성장률을 깎아먹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은의 이같은 전망치는 정부의 경제운용 목표인 5% 내외나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전망치(4.6%)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기간별로는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8%에서 4.0%로 높였으나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는 5.0%에서 4.9%로 하향 조정했다.분기별로는 1분기에 전분기 대비 1.5% 성장한 뒤 2분기 1.0%로 낮아지고, 3분기와 4분기는 1.3%와 1.4%로 꾸준히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3.0%로 종전보다 0.6%포인트 상향조정되고 세계교역 신장률도 7.0%로 0.3%포인트 확대되겠지만, 원유도입 단가가 배럴당 105달러로 종전 예상치보다 18달러 상승하고, 구제역 사태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면서 긍정적 효과를 상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창훈 기자 @1chun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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