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원전 사고가 체르노빌 수준의 최고등급으로 상향되면서 국내에서도 불안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고리원전 1호기의 전기공급 시설이 고장을 일으켜 원전 가동이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하자 다시 원전 폐쇄 논란이 불붙고 있다.
전원 공급계통 인입 차단기의 고장으로 어쩌다 한번씩 발생하는 일이고 위험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2007년 수명을 다해 연장 가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장이 발생해 아찔하다면서 폐쇄를 주장한 반면, 학계 일각과 한수원측은 효율성을 내세워 당장 폐쇄 계획이 없다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도 ‘경미한 일’로 치부하면서 원전사업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원전측은 “이번 사고가 원자로 외부 전기계통의 고장문제로 원자로의 안전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고장으로 인한 방사능 누출도 없다”고 해명했지만 국민들은 불안해 하는 상황이다.
부산지방변호사회는 고리원전 1호기의 가동중단 가처분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도 10년 재가동이 결정된 고리원전 1호기의 ‘안전성 평가’를 공개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동안 기업비밀이란 이유로 시민ㆍ환경단체의 줄기찬 공개 요구에도 한수원력 측이 공개하지 않았던 ‘안전성 평가’를 공개하라는 것이다. 특히 이번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향후, 재판과정에서 최소한 안전성 평가에 대한 정보공개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최수영 사무처장은 “낡고 오래된 고리원전 1호기의 수명 연장이 객관적으로 가능한지 전혀 알 수가 없다”면서 “안전성 평가 내용을 공개해야할 것이고 객관적인 재평가에 의해 만일에 위험성이 있다면 즉각 폐쇄해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김세연 의원은 12일 국회 대정부질의를 통해 “수명이 다한 고리원전 1호기를 철거하고 안정성이 강화된 신형 원전을 짓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기존 0.2G까지 견딜 수 있는 고리원전 1호기에 대한 불안감이 높기 때문에 0.3G까지 견딜 수 있는 신형 원전을 해일가능성을 대비해 10m 이상 높이에 건설해야 한다”면서 “한수원측이 제출한 철거비용 자료 등을 따져봐도 장기적으로 이익이다”고 설명했다.
부산시의회에서도 ‘고리원전 1호기 폐쇄’ 관련 결의안이 채택됐다. 부산시의회 보사환경위원회 소속 시의원 13명은 ‘부산 고리원전 운영 및 사고 대응에 관한 결의안’을 의회에 제출했으며, 시의회는 이를 정식 채택했다. 결의안을 발의했던 이성숙 의원은 “이미 수명을 다한 고리원전 1호기를 폐쇄하는 것은 후쿠시마원전 사고처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부산시민의 염원을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전력수급, 원전의 안전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현재 진행중인 국내 원전들의 점검이 끝나는 4월께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안전점검 결과에 따라 고리원전의 폐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지만 정부차원에서는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쉽게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윤정희 기자 @cgnhee>cgn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