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사상최악 전산대란
카드 거래내역만 사라진 게 아니었다. 이번엔 인터넷뱅킹 거래기록도 삭제 사실이 드러났다. 사상 최악의 전산사고 기록은 점점 늘어간다. 추가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고객이 어떤 피해를 입고 있는지 정확히 알려야 할 농협은 지금까지 이런 사실을 감춰왔다. 고객의 불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농협의 전산망 장애 사태 7일째를 맞은 가운데 18일 오전 서울 양재동 농협IT본부에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 검사역이 공동조사를 위해 들어서고 있다. 농협은 이날 신용카드 부문의 모든 데이터가 복구됐다고 발표했다. 박현구 기자/phko@ |
정보가 훼손된 건 지난 11~12일 신규로 인터넷뱅킹을 신청한 고객이다. 농협은 전산사고 7일이 지나서도 이 부분을 밝히지 않고 인터넷뱅킹 고객정보는 문제없다고만 해왔다. 거짓말을 한 것이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부터 농협에 대한 특별검사에 착수했다.
▶원장 훼손 없다더니… =그동안 거래원장 훼손은 없다고 주장하던 농협은 카드 거래내역 등이 담긴 기록이 삭제됐지만 복구했으며 현재 최종 검증작업 중이라고 해명했다. 카드 거래내역에는 고객의 구매현황과 현금서비스를 비롯한 청구내역, 마일리지 등 다양한 데이터가 담겨 있다.
보통 금융회사의 거래내역 중 현금 입출금이나 계좌이체와 같이 돈이 오가는 거래는 실시간으로 원장서버에 저장돼 중계서버에 말썽이 생겨도 최종 거래내역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카드거래는 중계서버에 임시로 저장했다가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원장서버에 저장되는 구조다. 다시 말해 이번 사고로 중계서버가 훼손되면서 카드 거래내역도 함께 사라졌다는 얘기다.
농협 전산 관계자는 이날 “사라진 거래내역을 복구하고 확인하느라 고객에게 청구서를 보내지 못하고 인터넷에서도 확인이 불가능했다”며 “오늘(18일) 오전 중으로 복구를 마무리하고 최종 검증작업을 거쳐 청구서 발송과 인터넷 거래 확인 등을 오픈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농협 카드회원은 540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지금 카드 사용 청구서를 받지 못하고 있다. 가맹점에 대한 대금 지급도 정지된 상태다. 사실상 거래 마비 상태에 빠져 있는 것이다.
“원장 복구작업을 마쳤다”는 농협의 해명에 대한 사실 확인도 좀더 두고 볼 일이다.
신창훈 기자/chuns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