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지체장애 7명씩 돌봐
상태 호전될 때마다 행복
경기도 안산시 한 다세대주택가. 남희준(11ㆍ가명) 군의 집에서 “우와”라는 탄성과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희준이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살짝 목을 돌렸을 뿐인데 할머니 한순분(70) 씨는 마치 서커스를 본 것처럼 놀라워했다. 사실 혼자 등을 펴고 목을 가누는 일은 희준이에겐 그 어떤 묘기보다 어려운 일이다. 뇌병변 장애 1급으로 오른쪽 전신이 딱딱하게 마비되는 증상을 앓고 있는 희준이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스스로 목을 움직이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기적’이 시작된 셈이다.
희준이에게 기적을 선물한 사람은 방문물리치료사 한향완(30ㆍ여) 씨다. 한 씨는 올해 9년차 전문 물리치료사로, 지난해 1월부터 경기도 안산장애인종합복지관에 소속돼 안산시 내 지체장애아동 집에 찾아가 물리치료를 돕고 있다. 매일 하루에 7명씩, 치료시간은 1명당 1시간 남짓이다. 아동의 증상에 따라 치료방법도 제각각이다. 오른편 마비인 희준이의 경우에는 다리와 목 가누기에 치료가 집중된다. 마비된 쪽을 그냥 두면 몸 왼쪽에 비해 오른쪽이 짧아지거나 척추가 휠 수 있어서다.
일일이 장애아동 집에 찾아가 치료를 하는 고된 업무지만 한 씨는 발걸음을 늦출 수가 없다. 한 씨가 찾아가지 않으면 아이들은 종일 누워 있어야 한다. 뇌병변 장애아동들은 물리치료를 받지 않으면 합병증이 온다. 한 씨는 “물리치료를 받는다고 장애를 고칠 순 없다.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뇌병변장애를 앓고 있는 희준 군이 한향완 씨의 도움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오른쪽 반신이 마비되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희준 군에게는 ‘기적’이 일어난 셈이다. [사진=밀알복지재단] |
방문물리치료 사업은 현재 민간 사회복지단체와 지역 복지관 등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밀알복지재단과 함께하는 안산장애인종합복지관에 방문물리치료에 나서는 치료사는 한 씨 단 한 명이다. 예산의 한계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충분하게 돌보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한 씨는 “복지관이나 병원에 직접 찾아오면 물리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차비 단돈 1000원이 없어서 치료를 받으러 오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며 “아이들이 자라면서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이동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방문치료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가족들은 치료가 더욱 간절하다. 부모 대신 몸이 불편한 손자 희준이를 키우고 있는 한 할머니는 “우리 희준이가 스스로 앉고 서고 숟가락 들고 밥 떠먹는 모습 보는 게 내 살아생전 소원”이라며 “아이가 치료를 받고 많이 좋아졌다. 혼자서도 앉을 수 있을 것 같다”며 한 씨의 두 손을 맞잡았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