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씨는 국내 1호 대학 전문 펀드레이저로, 1996년 모교인 한국외대에 입사해 ‘모금전문가’라는 명칭이 생소하던 1999년부터 7여년간 발전기금 모금활동을 해왔다. 서울대에서는 200여 억원의 개인 기부금을 유치하는 등 이장무 전 총장이 주도한 3000억원 모금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황씨는 “처음에는 단순히 직장을 갖는다는 개념으로 교직원으로 입사했지만, 평소 대학 발전에 관심이 많았고, 모금 업무가 가지는 긍정적인 측면이 워낙 크기 때문에 열정을 가지고 일하게 됐고 전문적인 펀드레이저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고 말했다.
“기부자는 단순히 거액의 돈을 내고 사라지는 김밥할머니가 아니죠. 기부자가 대학발전에 함께 참여하고 대학의 역사와 함께 갈 때 기부문화도 활성화할 수 있다. 기부자에 대한 관점을 바꾸고, 대학 전체를 모금친화적인 환경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펀드레이저의 개념에 대해 “모금을 하는 사람을 모두 ‘펀드레이저’라고 해요. 미국에는 거리모금을 하는 사람도 있고, 이벤트를 통해 모금하는 사람도 있어요. 모금을 위한 기획을 하고, 실제 모금으로 성사시키고 집행하는 일까지가 모두 펀드레이저의 역할이에요. 대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발전기금이 대학발전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에 얼마나 모금을 잘 하느냐가 유능한 펀드레이저의 척도이죠.”라고 설명했다.
대학발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거액기부금 모금을 위해선 대학이 ‘기부자=투자자’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황씨는 “거액기부는 투자와 같습니다. 투자회사들이 투자자를 모으기 위해 투자 상품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어떤 이익이 투자자에게 돌아가는지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것처럼 대학도 기부자가 낸 돈이 대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기부자를 유치했다면 그 다음은 대학과 기부자가 대학의 발전에 함께 가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큰 돈을 기부하는 기부자일수록 금전관이 뚜렷합니다. 자신이 어렵게 번 돈이 귀하게 쓰이길 바라는 마음에 자식들에게도 물려주지 않고, 대학에 기부를 하는 것이죠. 대학은 이런 기부자들을 위해 함께 대학의 발전방향을 논하고, 기부자가 대학의 역사와 함께 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더 이상 가만히 앉아서 평생 모은 재산을 대학에 선뜻 기부하는 ‘김밥할머니’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황씨는 자신의 기부 개념을 제시했다.
황씨가 제안한 모금 전략은 무엇보다 대학을 투자하고 싶은 ‘집’으로 만들라는 것. “잘 되는 집안에 투자하고 싶은 게 당연한 심리죠. 기부자에게 학교발전에 대한 비전을 확실히 보여줘야 합니다. 홍보와 아울러 실질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두 번째는 외부와의 쌍방향적 소통입니다. 간담회, 세미나 등을 열어 학교현황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대학과 기부자가 일체감을 갖게 해야 합니다. 또 언제든지 기부를 할 수 있도록 대학이 외부에 많은 채널을 열어놔야 합니다. 언제 어느 부서에 전화하더라도 기부할 수 있도록 대학 조직 전체가 모금친화적이 돼야 하는 것입니다.”
그가 이토록 대학 기부금 모금과 연구에 열성인 이유는 하루라도 빨리 기부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대학 재정구조가 열악하다보니 많은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지 못합니다. 이를 충당하는 게 기부금이에요. 기부금 모금이 활성화돼야 더 많은 학생에게 장학혜택을 주고, 등록금 부담도 덜어 줄 수 있는데, 아직까지 대학에는 모금활동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없어요. 제 뒤를 이을 제2호, 제3호 대학 전문 펀드레이저를 길러내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라고 펀드레이저로서의 바람을 밝혔다.
<이태형기자 @vmfhapxpdntm>th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