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혁신위 사안마다 동상이몽ㆍ서울대 법인화, 총장 권한집중 논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ㆍ봄은 왔는데 봄이 온 것 같지 않다). 카이스트(KAISTㆍ한국과학기술원)와 서울대, 한국의 ‘양대 엘리트 국립대’에는 봄 대신 구성원 간 내홍으로 말미암은 겨울이 떠나지 않고 있다.
학생 4명과 교수 1명의 잇단 자살로 서남표 총장의 거취 논란까지 불거졌던 카이스트는 혁신비상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위원마다 출신 별로 사안에 대한 입장이 달라 합의안 도출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법인화를 추진 중인 서울대는 법인 설립을 담당할 준비위원회와 추진단 구성을 모두 오연천 총장에게 맡겨, 이를 비판하는 학내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카이스트 혁신위 ‘사안마다 동상이몽’=카이스트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구성된 혁신위가 19일 첫 회의를 갖지만 향후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이미 총장 측과 총학생회는 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참여 학생 수를 두고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총장 지명 인사 5명, 평교수 대표 5명, 학생 대표 3명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혁신위는 이날 첫 회의에서 평교사 대표 중 한 사람을 위원장으로 선출하고 향후 회의 진행방향, 논의할 안건 등을 협의한다.
혁신위는 앞으로 3개월(필요시 1개월 연장)동안 학부생 및 대학원생 비상총회에서 의결된 ▷재수강 제한 폐지 ▷전면 영어강의 방침 개정 ▷연차초과제도 개선 등 요구사항을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위원들은 차등 수업료제 폐지 등 학사 관련 상당수 사안을 안건으로 삼는 데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테뉴어(Tenureㆍ정년보장) 및 재임용 심사, 평소 성과평가 등을 골자로 한 교수평가제의 개선을 안건으로 올리는 데 대해 총장 지명 인사인 보직교수들이 대부분 반대하는 반면 평교수 대표들은 상당수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장 리더십 변화에 대해서도 대부분 찬성하지만 일부에선 “서 총장의 스타일을 인정해야 한다” 등의 의견을 내며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 법인화 ‘총장 권한집중 논란’=서울대는 법인화 설립준비위원회 운용을 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법인화 업무를 총괄하는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준비위원회’는 지난 15일 첫 회의를 열고 위원회 업무를 지원할 설립준비실행위원회와 법인설립추진단을 설치ㆍ운영하기로 했다.
실행위는 위원장을 포함한 20명으로 구성되고, 추진단은 단장과 약간명의 부단장 등 실무진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실행위와 추진단의 구성 권한이 모두 오 총장에게 집중된 구조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운영 규정은 오 총장이 직접 서울대 교수 중 실행위 위원 전원을 임명하고, 서울대 교직원 중 추진단 단장과 부단장도 임명하도록 정해놨다.
최갑수 서울대 법인화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상임대표(서양사학과 교수)는 “총장 임명 위원들은 총장 의견에 대해 거수기 노릇만 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서울대는 지난 4일 총장 명의의 e-메일 담화문에서 “학교 집행부는 구성원 모두의 소통을 증진시킬 통로를 더욱 활성화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총장이 임명한 인사들로만 실행위가 구성되면 다양한 의견의 반영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편 서울대는 지난 17일 한 학생의 자살로 또 다른 우환을 맞게 됐다.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대 학부ㆍ대학원생은 5명에 달하고, 2006년부터 현재까지 학생 14명이 자살했다.
<신상윤ㆍ도현정 기자 @ssyken>
신상윤ㆍ도현정 기자/k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