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저녁 8시 스타벅스 명동 눈스퀘어점. 회사원 권모(22ㆍ여ㆍ은평구 녹번동)씨가 점원에게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점원이 “매장 내에서 드시고 가세요? 머그잔으로 드릴까요?”라고 묻자 권씨는 “종이컵으로 주세요”라고 답했다. 이 매장은 환경부가 올해 초부터 진행하고 있는 ‘일회용컵없는매장’ 캠페인 시범운영점. 일회용컵없는매장 내에서는 ‘예외없이 다회용컵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고객이 일회용컵을 요구하는 경우는 어쩔 수 없다. 권씨는 “머그잔은 장소를 옮길 때 가져나갈 수가 없어 불편하다. 언제든 이동할 수 있게 매장에서도 종이컵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말 뿐인 ‘일회용컵 없는 매장’= 22일은 유엔이 지정한 제41회 지구의 날이다. 환경과 자연을 다시금 생각하는 날이지만 우리 손에는 아직도 일회용컵이 들려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커피전문점 등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종이컵이 1년에 3억 개가 넘는다. 종이컵 사용량은 해마다 20~30%씩 증가 추세다.
지난 20, 21일 양일간 서울시내 주요 커피전문점을 취재한 결과 매장 내에서도 일회용컵 사용량은 매우 높았다. 서울 중구 명동 A커피전문점은 20일 오후 9시 음료를 주문한 31명 중 머그컵을 사용하는 사람은 단 2명뿐이었다. 그에 반해 일회용 종이컵은 11명, 일회용 플라스틱컵은 18명에 달했다.
서울 종로5가에 위치한 B커피전문점은 20일 오후 10시30분께 매장을 방문한 18명중 일회용컵을 사용하는 사람은 11명, 머그잔은 7명이었다. 환경부와 ‘일회용컵없는매장’ 캠페인을 진행중인 스타벅스의 시범운영매장은 머그잔이나 텀블러 등 다회용컵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일회용컵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20일 오후 9시께 머그잔 사용자는 22명, 일회용컵은 16명이었다.
일회용컵을 선호하는 이유는 주로 편리함 때문이다. 회사원 권선경(28)씨는 “머그잔에 마시면 장소를 옮길 때 음료를 가져나갈 수 없다. 머그잔에 마시다가 일회용컵에 다시 담아 나가기도 불편하다”고 말했다. 회사원 신은정(26)씨도 “머그잔은 무겁게 느껴저서 부담스럽다”며 일회용컵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위생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다. 회사원 김진주(29)씨는 “수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컵이다. 점심시간 등 한창 바쁠 때는 컵 세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 같아 일회용컵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25)씨는 “예전에 머그잔에 음료를 주문했더니 컵 윗부분에 립스틱이 묻어있었다. 그 다음부턴 무조건 일회용컵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환경에도, 건강에도 나빠요”=환경부는 현재 17개 업체와 일회용품사용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맺고 있다. 스타벅스와는 일회용컵없는매장 캠페인을 함께하며 일회용컵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임형선 환경부 자원순환국 주무관은 “환경부 내에서 추진 중인 그린카드 사업에 캠페인 참여 업체를 가맹시켜 매장 내에서 다회용컵을 사용할 시 할인혜택을 주는 적극적인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일회용컵없는매장 캠페인을 시작한 후 머그컵 사용률이 지난 1월 37.6%에서 2월에는 49.2%로 증가했다. 머그컵 사용을 권장하기 위해 머그보관대를 늘리고 음료를 따뜻하게 마실 수 있도록 ‘머그 워머’등 설비도 확충하고 있다”며 더욱 적극적인 캠페인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환경단체는 시민들의 참여의식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윤미경 환경재단 커뮤니케이션부장은 “일회용컵 사용은 ‘반환경’인 동시에 ‘반건강’이다. 화학방부제가 묻어나는 일회용컵보다는 머그컵 등 다회용컵이 건강에 좋다. 이런 점들을 강조한다면 시민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ssujin84>
sjp1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