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상사의 눈치를 과감하게 물리치고 당당하게 육아휴직에 돌입하는 남성이 늘어나고 있다.
올들어 1/4분기에만 273명에 이르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며, 지난 2007년 전체 남성 육아휴직자와 맞먹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여성 육아휴직자가 1만4000여명에 이른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의 존재감은 여전히 미흡하지만, 지난 2008년 이후 매년 50% 이상씩 늘어나고 있어 육아휴직의 양성 평등 시대가 빠르게 도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출산 시대 남성 육아휴직의 선구자인 동시에 아직까진 ‘간 큰’ 남자로 불리는 이들의 특징을 몇가지 통계를 바탕으로 살펴본다.
우선 육아휴직 급여를 받고 있는 남성들의 직업적인 특징은 ‘전문 업종’으로 모아진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올해 1/4분기 육아휴직을 신청한 273명의 남성들을 업종별로 분석한 결과,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종이 44명에 이르렀으며, 출판ㆍ영상ㆍ방송ㆍ정보서비스 업종도 40명에 달했다. 전체 육아휴직 신청자의 30%가 소위 전문업종에 속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 외에도 전문업종으로 분류될 수 있는 남성 육아휴직자는 금융ㆍ보험업 9명, 보건ㆍ사회복지 서비스업 9명, 예술서비스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 7명 등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전문 서비스 업종만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아니다. 일반 제조업 부문에서의 육아휴직 신청자도 적지 않다. 273명 가운데 제조업만 64명에 달하며 단위 업종에선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했다. 더불어 건설업종에서도 15명, 운수업종에선 14명이 남성 육아휴직자였다.
나머지 도ㆍ소매 업종에서도 24명에 달했으며, 공공행정 부문에서도 10명에 이르렀다.
지역적인 특성은 전국에서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지만,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의 분포가 약간 많게 나타났다. 전체 273명 가운데 80명이 서울 지역에 거주하고 있으며, 경기도 지역에서도 71명에 이르렀다. 서울 지역에서도 강남 지역이 상대적으로 숫자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올해 1/4분기에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서울강남고용센터 관할지역 남성 육아휴직자는 57명에 이르러 8개 서울지역 고용센터 가운데 가장 많았다.
남성 육아휴직자는 지방으로 갈수록 그 수는 약간씩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대전광역시와 광주광역시가 각각 16명, 15명에 달했으며, 부산과 인천이 각 11명, 대구가 9명을 기록했다.
그리고 연령별로는 30대 초중반 남성이 대부분이었다. 지난해 819명의 남성 육아휴직자 가운데 30~34세 남성이 417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또 35~39세가 239명, 25~29세도 109명에 이르렀다.
결국 남성 육아휴직자들의 직업이나 지역, 연령별 특성을 종합해보면 지방보다는 수도권 지역에, 제조업보다는 전문직, 20대보다는 30대 남성들이 육아휴직에 더욱 적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 관계자는 “남성 육아휴직자에 대해선 여전히 사회적인 인식이 낮은 상황”이라며, “전문적인 기술을 갖추거나 전문직에 종사하는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데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도제 기자 @bullmoth> pdj2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