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앨범 제작 업체를 학생 투표로 공개입찰 하기로 했던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의 시도가 특정 업체의 학생 동원 의혹에 부딪혀 결국 학생 전체 온라인 투표로 전환됐다. 온라인 투표 역시 매표 행위 등 공정성 시비를 완전히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일이 새로운 숙제로 남았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지난 21일부터 서울대학생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졸업앨범 제작 업체를 선정하는 온라인 투표를 시작했다. 4개 업체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투표는 서울대 학부생이라면 학년에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졸업앨범 제작 업체는 온라인 투표 결과를 50%, 품평회 결과를 50%로 반영해 결정될 계획이다.
한달여전 기존 오프라인 투표는 한 단과대 학생들이 특정 업체에 동원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투표 결과가 전면 폐기됐다. 당시 오프라인 투표에 참여했던 학생 74명 중 같은 과에 재학중인 학생 30명이 투표 마지막 날인 지난달 23일 몰려와 투표를 했고 이중 22명이 2011학번 신입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과는 입학 정원이 30명인 곳으로, 사실상 같은 과 학생 절대 다수가 같은 날 비슷한 시각에 투표소를 찾아 동일한 업체에 표를 던진 것이다.
서울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투표 마친 학생이 같은 과 후배들을 데려와 특정 업체 투표를 권했다”, “한 학생이 ‘아는 분이 운영하는 업체니 찍어달라’며 친구에게 대놓고 부탁하더라”는 목격담이 줄을 이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선배가 신입생을 투표에 동원한 것 아니냐”, “해당 학과생들은 양심선언을 해야 한다”는 비판이 일었고, 총학생회는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1개월여의 진상조사에도 불구하고 무기명 투표인 점 때문에 학생 동원 의혹의 물증을 확보할 수 없었다. 결국 총학생회는 지난 21일부터 전 학부생 1만6000여명을 상대로 온라인 투표를 벌였다. 온라인 투표도 무기명 투표다보니 매표 행위 등을 원천 봉쇄할 방법은 없다.
이같은 지적을 감안한 듯 이지윤 총학생회장은 “전 학부생이 참여하면 한 학과에서 특정 업체에 몰표를 주더라도 전체 투표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단대 학생회장들과 협의해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현정ㆍ신현희 기자@boounglove>
kate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