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청소년 40만명 육박
“제발로 나갔는데 왠 신경… ”
일부교사들 되레반문 충격
졸다가 60%만 자리지켜
지난 2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교육청 별관 대강당. 이 자리에는 경기지역 교사와 등교중단 학부모들이 관객석을 메우고 있었다.
연단에서 김성기 협성대 교수가 등교중단 청소년들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지원방안에 대해 열변을 토한 지 20여분이 지났을까. 관객의 절반은 수면 상태였다.
김 교수가 학생들의 자퇴 원인과 학년별ㆍ지역별 등교중단 학생 비율에 대해 설명하던 중이었다. 김 교수는 학업중단 학생 비율은 서울이 가장 높고 경기도가 2위라고 설명한 뒤 경기도에는 학업중단 학생들을 돕기 위한 센터가 한 곳도 없다고 꼬집고 있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심각한 표정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일반고의 자퇴율 증가의 원인과 관련해 부적응(35~40%), 집안문제(20% 안팎), 질병 등이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한 뒤, 질병으로 인한 등교중단이 고1 때 7.3%, 고2 때 10.1%였다가 고3 때 15.6%로 치솟는다는 연구결과도 제시했다.
특히 신규 자퇴생이 매년 6만여명이고 누적된 등교중단 청소년은 무려 30만~40만명이며 이들 중 절반가량이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는데, 성(性) 관련 알바 경험자가 1.2%였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김 교수는 현장교사와 토론하는 과정에서 일부 교사는 “제 발로 나간 아이 왜 신경 쓰나”고 반문했고, 청소년들의 고민거리 해결을 도와줘야 할 교육청 산하기관 ‘Wee센터’ 직원들은 “인터넷에 물어보라”고 한다고 직무유기를 꼬집었다. 모두 충격적인 내용들이었다.
관객의 대부분은 경기지역 각 학교 상담교사들이었다. 관객석 뒤편에는 수십명의 학업중단 청소년 부모들이 눈에 띄었다.
‘의무참석’이어서 그랬을까. ‘오랜만의 휴식’ 정도로 느꼈을까. 절반 가까운 교사들은 주제발표가 시작되기 무섭게 엉덩이를 의자 끄트머리에 걸치고 목을 등받이 꼭대기에 걸친 채 ‘대놓고’ 잠을 잤다.
기자가 아이폰 카메라 셔터를 누르자 잠시 움찔하더니 다시 잤다. 셔터 소리를 알아채지 못하는 ‘오수객’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잠시 휴식시간이 주어지자 교사들은 썰물같이 나가버렸다. 휴식시간 이후엔 처음 참석자의 60%가량만이 자리를 지켰다.
김 교수 발표가 이어지는 동안 부부가 나란히 앉아 걱정스런 표정을 짓던 학부모들은 때론 긴 한숨을 내쉬기도 했고, 때론 눈물 짓기도 했다.
특히 지정토론자가 일선학교 관계자 일색으로 짜여진 가운데, 학교의 책임을 거론하거나 교내 개선책을 제언하는 내용이 거의 발견되지 않자 분노와 허탈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교실 스트레스, 성장 스트레스에 아이들은 골병이 드는데, 교사들은 잠만 자는 풍경에 “그래 자퇴 잘한 걸지도 몰라”라고 말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토론회를 마친 후에는 대놓고 욕하는 시민들도 보였다.
함영훈 선임기자/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