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용서란 말을 하기도 어렵다."
어머니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던 전 대전경찰 간부는 국민재판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25일 대전법원 316호 법정에서는 지난 1월 모친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전 대전경찰 간부 이모(40)씨에 대한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이날 국민참여재판에는 오전 9시30분부터 7명의 배심원과 예비배심원 1명 등 모두 8명의 배심원이 참석했다.
이날 이씨는 심문과정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어머니의 보험금을 나눠 가지려 한 게 아니다. 다만 조금 주신다면 받아 쓸 생각은 있었다”면서 “어머니가 다급한 사정을 말씀하시다 보니 보험사기를 계획하게 됐다. 처음부터 나눠갖기로 한 것이 아니고 ‘많이 나오면 조금 달라’는 취지의 말은 했다”고 진술했다.
아들과 어머니의 공조는 참극을 불러왔다. 아프지 않게 다칠 방법을 찾다 보니 수면제를 이용하게 됐고, 범행도구로 볼링공을 선택한 방법이었던 것이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접어들게 됐다. 이씨는 “딱 한 번 내리치려고 가장 무거운 볼링공을 선택했는데 어머니의 갈비뼈가 부러지면서 돌아가시게 될 준 정말 몰랐다”며 눈물을 머금고 말했다.
그는 최후진술에서 “조금 있으면 어머니의 칠순생일인데 평소 어머니가 가족사진을 찍고 싶어해 칠순 때 찍기로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어머니의 소박한 소망마저 들어주지 못하는 죄인이 됐다”면서 “세상에서 제일 부끄러운 존재가 됐고 아이들 생계도 책임지지 못하는 무능한 아빠가 됐다. 아빠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 감히 용서란 말을 하기도 어렵지만 부탁한다. 제발 선처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이씨 측 증인으로 나선 이모 윤모씨는 “촉망받는 경찰이던 조카가 어머니의 제안에 호응한 것을 얼마나 후회하고 있을지 너무나 안타깝다”며 “순간적인 판단실수로 본다. 유족들은 조카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만큼 선처를 베풀어달라”고 전했다.
검찰 측의 판단은 달랐다. 검찰 측은 경찰대 출신 간부가 지위를 망각하고 보험금을 타내려고 한 것은 죄질이 불량하다며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자금압박을 받던 중 어머니가 대출을 받지 못해 하소연하면서 ‘예전처럼 교통사고를 당해 보험을 탔으면 좋겠다’고 말해 공모를 통해 거액의 보험금을 타내기로 했다는 점이 인정된다”면서 “우리도 존속살해혐의를 조사를 했고 검토했지만, 처음부터 살해할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하지만 볼링공 무게로 봤을 때 피해자의 상태가 심각했고, 사고 당시 바로 병원으로 옮겼더라도 생명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충분히 예견할 수있었던 점인데 병원으로 옮기지 않은 점이 의심스럽다. 이 때문에 존속살해죄에 준하는 정도로 벌해야 한다”며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팽팽히 입장이 갈린 가운데 배심원은 10시간이 넘는 재판 절차를 통해 이씨에게 유죄 평결을 내렸다.
대전지법 형사12부(재판장 문정일 부장판사)는 “피고인 스스로 범행을 자백하고, 법정에서의 여러 증거를 보면 유죄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양형이 문제인데, 이 사건의 경우 사실 양형이 쉽지 않다”면서 “가족들이 이 사건으로 엄청난 물리적, 심적인 고통을 받았고, 유족이 처벌을 원하지 않고, 초범인데다 깊이 뉘우치는 점 등 여러 정황을 봐서 피고인에게 집행유예가 가능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토론 결과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은 안 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피고인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21일 오후 11시27분께 대전경찰청 수사간부로 근무 중이던 이씨는 대전 서구 탄방동 어머니(68)의 집에서 미리 수면제를 먹고 잠들어 있던 어머니에게 5~7차례 볼링공을 떨어뜨리는 수법으로 폭행을 가해 이튿날 오전 4시께 흉복부 및 요배부 손상으로 인한 저혈량성 쇼크로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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