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기존에 마련되어 있는 의결권 행사지침에 따라 다소 기계적으로 진행된다. 이런까닭에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는 경우가 많다.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의 척도가 되는 의결권 행사지침은 국민연금 운용과 관련한 심의 의결 기구인 국민연금운용위원회에서 결정된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주관하는 국민연금운용위원회는 3개의 전문위원회를 산하에 두고 있는데,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서 의결권 행사 지침에 대한 의견을 취합하고 제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현재 의결권 행사 세부지침은 8개부문 42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일례로 ‘외부 감사인의 감사 의견이 ‘적정’ 이외의 의견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회사명 변경이 인지도 하락 등으로 주주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한 찬성한다’는 식이다.
이러한 기준을 바탕으로 지난해 국민연금은 2153건의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들 안건 가운데 찬성은 1979건이었고, 반대는 174건이었다. 반대 의견이 찬성 의견의 10%에도 못미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사회 일각에선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보다 강화되어 한다는 의견과 함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미국 캘퍼스에서 시행하고 있는 ‘포커스 리스트’와 함께 주주협의회, 사외이사풀(pool)제도 등이 대표적인 주주 의결권 강화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제도이다. 이 중 ‘기업 지배구조 관찰 리스트’로 불리는 포커스리스트에는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으로 주주에게 명백한 피해를 준 기업, 지배구조가 나빠 주주 이익을 훼손하는 대주주가 있는 기업, 경영진의 무능력으로 실적이 저조한 기업 등이 포함된다.
이런 강력한 주주권 행사 방안에 대해 보건복지부나 국민연금공단은 다소 유보적인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지침에 나와 있듯이 주주가치 증대와 사회책임 투자가 원칙에 따라 진행된다”며, “포스커리스트 등과 같은 의결권 강화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도제 기자 @bullmoth>
pdj2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