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청장 제안 이후
농민단체 ‘도농상생’ 성명
부정적 여론 변화여부 촉각
지난 6일 광화문광장에 미니 ‘논’을 만들어 벼농사를 하자고 제안한 김영종 서울 종로구청장의 제안을 지지하는 농민단체의 선언이 잇따르고 있어 주목된다.
국내 28개 농축산단체를 하나로 묶어 지난달 출범한 통합 농민조직 ‘한국농민연대’는 25일 ‘광화문광장에 유기농법으로 벼 재배를 추진해 도농상생의 광장으로 실현시키자’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
농민연대는 이 성명서에서 “서울 한복판에서 국민의 주식인 쌀의 소중함을 함께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찌 반가운 일이 아니겠는가”라며 “ ‘서울 600년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대한민국 중심인 광화문광장에 벼농사를 짓는다면 농사를 천하의 근본으로 삼았던 전통을 되살릴 수 있고, 자연과 함께 살아 숨쉬는 민족의 광장을 만들 수 있다’는 종로구청장의 제안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장병수 한국농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종로구가 도움을 요청할 경우 어떠한 방법으로든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광화문광장의 상징성을 따져볼 때 논 조성비용에 얼마가 들든 아깝지 않다고 보고, 종로구의 재정이 부족하다면 농민연대가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논 조성사업을 실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부정적 여론에 한 발 물러났던 종로구청은 기대감 속에서 좀더 추이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종로구 관계자는 “농민 측의 지지 선언은 상당히 고무적이지만, 당초 조성된 부정적 여론의 추이를 좀더 지켜보려 한다”며 한 걸음 물러섰다. 그러나 다른 종로구 관계자는 “최근까지 각종 농민단체에서 도와주겠다는 연락이 쇄도한 게 사실”이라며 “이런 분위기라면 논 조성 비용은 당초 억대에서 일이천만원대로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광화문광장을 관리 중인 서울시는 종로구의 논 조성 제안에 부정적 여론 등을 고려해 난색을 표해왔다. 그러나 최근 농민 측의 지지가 잇따르자 “일이 재미있게 되어 간다”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김 구청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전통을 되살리고 도농상생의 정신을 고취하자는 차원에서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뒤쪽에 3억5000만원을 들여 폭 17.5m, 길이 162m, 면적 2835㎡의 논을 조성해 벼를 심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소출이 쌀 5섬에 그치는 등 비용 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비용을 1억2000만원으로 줄여 폭 10m, 길이 100m, 면적 1000㎡의 논을 조성하겠다고 계획을 수정ㆍ발표했다.
김수한 기자/soo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