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 정보 유출자는?
대검 금감원 관계자 등 소환
朴회장 단독 가능성에 무게
금융위 결정전 행보에 관심
▶관련자 처벌 가능한가
금융당국자는 기밀누설죄 적용
책임자 색출 실패땐 수사 난항
직원이 인출땐 과태료만 부과
▶예금환수·재예치 어떻게
예금주 불법 해명 못할땐
부당 인출 전액 환수 가능
일부선 사유재산 침해 우려도
부산저축은행 등 저축은행의 영업정지일(2월 17일) 전 예금 ‘사전 인출’ 사태가 이명박 대통령의 지난 26일 ‘철저 조사’ 지시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서민이 주 고객인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정보 사전 유출→일부 우량 고객 대규모 예금 인출’의 수순으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드러내 공분을 사고 있는데도 허술한 대응과
관망세를 보이던 금융당국과 검찰은 이 대통령의 발언에 화들짝 놀라 민·형사상 책임 추구 방안 검토 등 강도 높은 조사 방침과 대책을 내놓은 것. 이들 기관은 ▷정보유출자 선별 ▷관련자 처벌 ▷인출된 예금 환수 등 3가지 정도의 예상 가능한 사태 수습 시나리오를 상정해 놓고 부산하게 움직이지만 여론이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영업정지 정보 유출, 박연호 회장 단독? 금융당국자 개입? =27일 검찰 등에 따르면 정보 유출자 색출의 출발점으로는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일 전날인 2월 16일 서울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주최의 경영평가위원회가 지목된다. 이날 오후 8시께 금융위·금감원 관계자와 부산저축은행 박연호(61·구속) 회장 등이 모여 영업정지에 관한 논의를 진행했고, 부산에선 8시반께부터 VIP 등에게 ‘사전 인출’이 시작된 만큼 위원회 참석자 중 일부가 사전 정보 유출에 가담했을 개연성이 높다는 것.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전 특혜인출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26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금융감독위 부산지원 입구에서 피해를 본 서민 예금자들이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부산일보 제공]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결정에 관여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국·과장을 참고인으로 소환조사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일단 박 회장 등 은행 관계자의 단독 정보 유출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가장 크다. 2월 중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심각해지자 박 회장 등은 경영평가위원회가 열린 날 부산에서 급거 상경해 영업정지 신청을 받아달라는 뜻을 전했고, 이 과정에서 정보가 새어 나갔을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 관계자도 “(부산저축은행) 대주주가 영업정지 전날 마감시간 이후에 예금을 인출토록 했다는 것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며 “법원이 대주주 등의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도록 이런 정상관계를 (영장에) 첨부했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의 결정 전 박 회장 등은 이미 영업정지를 확신하고 재빠르게 움직였다는 얘기다.
정보 유출에 금융당국자가 가담했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검찰이 예금 ‘사전 인출’이 영업정지 예정 정보 누설로 시작됐고, 불법이 확인될 경우 공무상 비밀누설죄로 처벌하겠다고 한 점은 금융위 관계자 등 공무원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검찰은 특히 금감원 출신 3명이 부산저축은행 계열에서 감사로 재직하고 있었다는 것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중순 시작한 불법대출 의혹 수사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한 만큼 금융당국자과 이들 감사 간 ‘정보 거래’의 가능성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검찰 관계자는 “금융당국자에 대한 조사는 추가로 더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처벌 가능한가=검찰은 정보유출·사전인출 가담자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추궁하겠다고 했지만 현실화할지는 예단하기 힘들다. 형사처벌의 경우 금융당국자의 공무상 기밀누설죄를 적용할 수 있지만, 책임자 색출에 실패하면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하기 어렵다. 아울러 은행 임직원이 친인척과 지인 계좌의 돈을 예금주의 요청없이 미리 빼내준 건 금융실명제법상 과태료를 물릴 사안이지 형법 의율 대상도 아니다.
검찰이 직접 나서 예금 인출자에게 민사상 책임을 지우기도 만만치 않다.
검찰 관계자는 “우리가 직접 민사상 손해배상 등의 청구를 할 수는 없고 예금보험공사와 논의해서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영업정지일 전에 예금을 빼내주고 빼간 것을 어떤 기준으로 나쁘다고 해야 할지 등은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