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여파로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의 실거래가격이 오름세를 나타내면서 현대ㆍ기아차를 비롯한 경쟁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업계 및 외신 등에 따르면 도요타자동차의 이달 미국 내 실거래가격은 2만6386달러로 작년 같은 달 2만5452달러보다 3.7% 상승했다. 혼다 역시 지난해 4월 2만3902달러에서 올 4월에는 2만4280달러로 1.6% 가량 실거래가격이 올랐다.
일본 완성차의 실거래가격 상승에는 대지진에 따른 공급물량 부족 우려로 인센티브가 줄고 있는 점이 직접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재고물량이 줄면서 차량 구매 고객들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가 갈수록 적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자동차 가격조사 사이트인 트루카닷컴에 따르면 올 3월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3개사의 인센티브는 2월에 비해 적게는 3%대에서 많게는 10% 이상 줄었다. 도요타가 대당 2000달러에서 1772달러로 인센티브를 11.4% 줄였고 혼다도 1978달러에서 1861달러로 5.9% 낮췄다. 지난 2월 평균 2707달러였던 닛산의 차량 평균 인센티브도 3월에는 2623달러로 3.1% 깎였다.
일본 브랜드의 가격인상 움직임은 중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중국 딜러들이 머지 않아 일본 자동차 재고가 부족해질 것을 우려해 경쟁적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 그 결과 일본에서 수입돼 중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렉서스, 인피니티 등 고급브랜드 가격은 최근 최대 2만위안 가량 급등했고, 일반 브랜드 역시 이전보다 10% 가량 상승했다.
이러한 일본 완성차 가격 상승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고유가로 인해 연비가 좋은 모델을 선호하면서 도요타 프리우스와 야리스, 혼다의 피트와 닛산의 큐브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부품공급 차질로 공급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 덕에 중소형 라인업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으면서 일본 브랜드와 직접 경쟁을 펼치고 있는 현대ㆍ기아차를 비롯한 일부 브랜드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자동차들의 실거래가격이 당분간 더 오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잠재고객이 다른 쪽으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일본 완성차 딜러들이 재고량 부족을 이유로 인센티브를 계속 축소함으로써 이들 차량의 실거래가격이 오르면 고객이 다른 브랜드를 선택하게 되고 이는 다른 경쟁업체의 판매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희 기자 @hamlet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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