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하도급 직원 직접 고용 문제점은…
일괄 전환땐 첫해 5兆 소요年11만명 일자리 창출 막혀
2년이하 근로자 실직 불보듯
아웃소싱업체 존폐 위기
또다른 피해자 양산 우려
굵직굵직한 현안들에 묻혀 한동안 잠잠하던 사내하도급 이슈가 다시금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산별노조 차원에서 진행되는 2011년 임금 협상에 임하는 금속노조가 사내하도급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릴 채비를 서두르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도급 직원들을 원청업체 정규직으로 일제히 전환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내하도급의 정규직화가 한꺼번에 이뤄지면 첫해에만 국내 산업계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5조원을 웃돌고, 그로 인해 고용이 심각하게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이라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명분에 집착해 원청업체 생산라인에서 2년 이상 근무한 모든 사내하도급 직원을 원청업체가 직접 고용하게 되면 더 큰 것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2년 이상 원청업체 생산 현장에서 근무한 사내하도급 직원 중 요건이 해당되는 이들을 한꺼번에 원청업체가 직접 고용하면 오히려 국가 전체적으로는 일자리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헤럴드경제DB] |
현금급여 증가액이 3조312억원이며 성과급ㆍ일시금 증가액이 9465억원으로, 둘을 더한 직접 노동비용 증가액만 전체 비용 증가액의 73.4%를 차지한다. 여기에 법정퇴직금과 국민연금 등 간접 및 기타 노동비용을 추가하면 5조4000억원을 웃도는 추가 비용이 한꺼번에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 금액으로 국내 10인 이상 기업 근로자 1인당 월평균 노동비용인 386만6000원을 나누면 약 11만6764명을 1년 동안 추가로 고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사내하도급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절약되는 비용을 원청업체인 대기업이 고스란히 사람을 채용하는 데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론적으로는 사내하도급 직원의 원청업체 정규직화가 동시에 진행되면 11만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가 사라지고 실제로도 대기업의 신규 채용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법원의 판결에 따른 노동계의 원청업체 직접 고용 주장이 현실화되면 우리나라 노동유연성이 악화되고 노동비용이 급증하게 돼 전체 노동 수요 감소로 이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만 해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 같은 일을 하고도 통상 임금 수준이 현대차 정규직의 84%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사내하도급 직원들의 주장에 공감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여론은 변하고 있다. 사내하도급이 아닌 1차 부품협력사 직원의 임금 수준이 현대차 정규직 통상 임금의 76%, 2차 부품협력사 직원의 임금 수준은 65%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로 인해 사내하도급 직원들이 현대차 정규직에 비해서는 임금을 덜 받지만 전체 자동차업계 내에서는 급여 수준이 결코 낮은 게 아니라는 인식이 퍼졌다.
이와 함께 사내하도급의 원청업체 정규직 전환이 현실화되면 당장 요건을 갖춘 이들만 혜택을 볼 뿐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층은 물론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내하도급 직원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도 새롭게 부각됐다. 정규직원이 급작스레 늘면 대기업이 굳이 사내하도급을 활용할 이유가 없어져 적지 않은 사내하도급 업체들이 안정적인 거래처를 잃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 역시 사내하도급 이슈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사내하도급 문제는 단순한 듯하지만 복잡하게 얽혀 있어 특정 기업이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면서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이슈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하는 등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충희 기자/hamle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