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름을 걸고 카페를 만드는 게 꿈인데요. 예전 학교에선 그런 걸 배울 기회도, 그런 꿈을 꿀 수도 없었죠.”
서울 구의동에 위치한 중등대안학교 아름다운 학교에 재학 중인 류한솔(17) 양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한솔이는 4년 전 아름다운 학교에 왔다. 중학교에 입학한 지 일주일 만이었다. 한솔이는 이곳에 온 후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제빵 기술도 배우고 커피를 만드는 법도 배웠다. 마땅한 운동장 하나 없이 인근 어린이대공원을 찾아 체육수업을 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이지만 즐겁다.
헤럴드경제 특별취재팀은 지난 27~28일 아름다운 학교ㆍ꿈꾸는 아이들의 학교ㆍ성미산학교ㆍ여명학교 등 서울 시내 4개 대안학교를 찾았다. 그곳에는 제2, 제3의 한솔이가 있었다. 기존의 교육시스템이 품어주지 못한 아이들이었다. 일반 학교에 다니는 또래들과는 전혀 다른 수업을 받는 아이들. 수업 대신 나눔 여행도 떠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정서회복을 위한 멘토링도 받는다. 10분의 휴식과 50분의 수업이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기존 학교의 모습은 대안학교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다.
▶학력인정 안돼 검정고시 봐야 하는 학생들=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가장 큰 문제점은 학력 인정이 되지 않아 대안학교 학생들이 검정고시를 봐야 하는 점이다. 아름다운 학교의 경우 재학생의 검정고시 응시율이 100%에 이른다. 아이들을 돌보는 교사들은 걱정이 앞선다. 대안학교를 선택한 아이들이 학력을 인정받기 위해 다시금 제도권 교육에서 실시하는 방식의 시험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보라매동에 위치한 ‘꿈꾸는 아이들의 학교’ 이현숙 교장은 “교과부가 도심형 학교들을 제도권화시키려 하고 있다. 입시교육이라는 기본적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 이상 대안학교에 교육 정책을 강요할 순 없다. 대안학교는 입시교육에 대해 기본적으로 반대하는 것에 존립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학교 염병훈 교장도 “정부가 대안학교 학력을 인정해주지 않아 우리 아이들이 검정고시 준비를 위해 불필요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국가가 놓친 아이들에 대한 교육…국가가 당연히 지원해야”=열악한 교육 환경도 늘 아쉬운 부분이다. 정부의 지원과 민간 후원을 통해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지만 아이들에게 풍족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긴 늘 역부족이다. 꿈꾸는 아이들의 학교의 경우 2000년부터 정부로부터 교사 1명의 인건비를 지원받고 있다. 이 학교에는 상근교사 5명 자원교사 25명이 있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전국 90개 대안학교의 등급을 매겨 경쟁을 통해 지원금을 제공한다고 해 지원을 거부한 상태. 또한 남의 건물에 임대로 들어가있는 현실이라 2년에 한 번씩 이사를 다녀야 한다. 꿈꾸는 아이들의 학교는 지난 3월 신림동에서 보라매동으로 이사를 왔다. 계속 임대료가 조금이라도 저렴한 건물을 찾아다녀야 하는 신세다.
탈북 학생을 교육하는 여명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여명학교는 정부의 인가를 받은 몇 안 되는 대안학교지만 되레 기관 및 단체의 후원이 적어 아이들 교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기섭 교장은 “공간 임대료, 운영비, 교사 인건비를 포함해 연간 11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올해 처음 통일부에서 1억7000만원, 교육과학기술부에서 5000만원을 지원받았다. 턱없이 부족하다. 학교 운영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명학교 조명숙 교감은 “현실적인 문제로 정부의 지원금이나 후원금을 얻어내기 위한 프로젝트에 시간을 뺏겨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정부가 대안학교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노력해 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박수진ㆍ박병국ㆍ신현희ㆍ황유진 기자/sjp1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