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주유소 책임회피
소비자 혼란만 부추겨
기름값 인하 효과가 채 한달도 가지 못했다. 정유사들이 ℓ당 100원 인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적용은 그 절반 수준에 그쳤다.
정부의 압박에 따른 준비없는 급작스러운 인하에 소비자 혼란만 부추겼다. 정유사와 주유소들은 서로 네 탓만 하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이런 가운데 기름값은 슬금슬금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6일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현재 전국 휘발유 평균가는 1916.81원으로 공급가 인하 전에 비해 54.1원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유 할인폭은 더 작다. 6일 오전 9시 기준 1762.14원으로 지난달 같은 날에 비해 39.4원 내리는 데 그쳤다. 각각 신용카드 할인 등의 방식을 택한 SK에너지의 할인 가격을 포함한 수치다.
지난 179일 동안 내내 오른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인하가격 적용시점 하루 전인 지난달 6일(1970.92원/ℓ)부터 떨어졌다. 이후 며칠 간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인하 폭은 크지 않았다. 오히려 5월 들어서는 기름값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졌고, 정유업계에서는 일부 주유소업자가 싼값에 기름을 공급받아 놓고서도 공급가 인하분 만큼을 일선 소비자가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주유소업계는 정유사의 인하시기가 국제 석유제품가격 상승기와 맞물려 정유사의 공급가격이 인상된 결과라고 되레 반박하고 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도 최근 “기름 값이 ℓ당 60원 내렸지만 석유 국제제품가 상승에 따라 국내 석유제품 공급가격이 30원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90원 하락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국제 유가 상승세를 고려하더라고 실제 기름값 인하폭이 너무 낮다는 지적도 많다. 앞으로도 휘발유 및 경유 가격은 한동안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름 값에 영향을 주는 국제 석유제품가격이 최근까지 상승 국면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름값 인하 기간이 끝나는 7월 이후에는 오히려 대폭의 가격 상승이 벌어져 소비자들의 고통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가격 인하 시행 기간 절반도 채 되지 않은 와중에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아닌 시름 만을 안겨주는 모양새다. 이에 정부가 유류세 인하 등 유류시장 안정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도 제기된다.
한지숙·하남현/airins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