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하자마자 흑자전환
순익 226% 경이적 실적개선
삼양사+SK케미칼=휴비스
10년만에 매출 1兆 안착
서로 다른 기업문화 융합
조직활력·창의력 증대 효과
경쟁사들끼리 의기투합해 만든 합작 기업들이 ‘잘 나가고 있다’.
SKC코오롱PI, 휴비스, 여천NCC 등 한때 출혈 경쟁으로 부실만 쌓여가던 대기업 사업 부문이 합작한 기업들이 저마다 우량기업으로 빠르게 탈바꿈하고 있다. 특히 과거 외환위기 직후 정부주도 하에 강제 단행됐던 ‘빅딜(대규모 사업교환)’과 달리 이들 기업의 합병은 모두 기업 자율적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는 점에서 더 주목된다.
SKC와 코오롱이 휴대전화 부품소재인 폴리이미드(PI) 필름사업 부문을 떼어내어 만든 SKC코오롱PI는 창립 3년 만에 매출 1000억원대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합병 전에는 모두 300억원 정도씩 적자였던 사업이 합병하자마자 이듬해인 2009년부터 곧바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1116억923만원으로 전년 대비 42%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343억9853만원으로 153%나 증가했다. 순이익(255억379만원)은 무려 226%라는 놀라운 실적 개선을 이뤄내 증시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SKC코오롱PI는 통합의 결과가 순조롭게 실적으로 나타나자, 인수후통합(PMI) 계획에 따라 아직 합하지 못한 생산직 부문도 올해 충북 진천, 경북 구미 공장의 증설이 완료되는 대로 본격적인 통합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신기업문화 창출 원년으로 선포해 점진적으로 기업문화를 바꿔가고 있다.
삼양사와 SK케미칼이 적자사업이던 폴리에스터 부문을 구조조정해 합작한 휴비스 또한 지난해 괄목할 성과를 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의 전년 대비 성장률이 각각 80%, 581%로 평균기업 성장률을 훌쩍 뛰어넘었다.
창립 10년이 된 지난해에는 매출액 1조3613억원으로 1조원 매출 기업으로 안착했다. ‘2012년 매출 1조5000억원’ 비전이 앞당겨 실현될 것으로 확실시되자 올해 하반기에 목표치를 상향 조정해 2017년 비전을 새롭게 세우기로 했다.
한화케미칼과 대림산업이 1999년 말 나프타 분해시설을 자율적으로 빅딜해 합작한 여천NCC는 창립 11년 만에 매출은 6배, 영업이익은 5배 규모로 성장했다.
기업 전문가들은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가 절감, 기술과 노하우 공유를 통한 품질경쟁력 상승, 안정적인 조직 통합을 통한 독자적인 조직문화 창조 등이 3사 합작 후 경쟁력이 크게 높아진 요인이라고 손꼽는다.
실제로 SKC코오롱PI는 합병을 통해 원가를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회사 관계자는 “합작 전에는 일본산 제품에 비해 기술경쟁력이 낮았는데 지금은 대등해졌고 제품 판매가격도 거의 동일한 수준”이라며 “경쟁사에게 서로 숨겨왔던 기술력과 생산 노하우를 공유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서로 다른 기업 문화가 섞이며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창의성을 높인 점도 성공 비결로 꼽힌다. 휴비스 관계자는 “독자 채용을 통해 새로운 인력이 속속 충원되면서 10년이 지난 현재는 모회사와 확연히 다른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지숙ㆍ이상화 기자/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