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급증하고 있는 전세계 자동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올 글로벌 생산량을 늘리는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1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ㆍ기아차는 최근 그룹 최고위층 지시로 올해 글로벌 생산목표인 633만대를 더 끌어올릴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대ㆍ기아차의 브랜드 인지도 상승 및 일본 대지진 여파 등에 힘입어 크게 늘고 있는 수요를 따라잡을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내실을 다지면서도 큰 틀을 지키는 선에서 글로벌 고객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라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국내 사업장은 노조문제 등 현실적인 한계가 있어 해외 생산거점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무 담당자는 “수요가 몰리는 차종을 생산하는 해외공장의 경우 주말 특근을 확대하고 연장근무 시간을 늘리는 한편 하반기 이후를 대비해 시스템 변경을 통한 시간당 생산대수(UPH) 상향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올 글로벌 생산목표는 633만대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합쳐 국내에서 333만대, 해외에서 300만대를 각각 생산키로 했다.

당초 사업계획을 세울 때 현대차그룹은 633만대 수준이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574만대보다 10% 이상 늘어난 수치일 뿐만 아니라 정 회장이 올해는 외적 성장보다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할 것을 강조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고유가와 일본 대지진 등이 겹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연비가 좋은 중소형 라인업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일본 부품 의존도가 낮아 대지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현대ㆍ기아차에 대한 수요가 폭증한 것.

올 1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ㆍ기아차는 모두 153만8219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작년 같은 기간 131만6654대보다 무려 16.8% 늘었다.

일본 대지진 여파가 본격화된 지난달에는 판매가 더욱 증가했다. 최근 지난달 실적이 발표된 미국에서 현대ㆍ기아차는 작년 4월 7만4059대보다 무려 47% 급증한 10만8828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미국 시장 전체 판매증가율 18%를 2배 이상 웃돌았고, 그 덕에 시장점유율은 사상 최고인 9.4%까지 치솟았다. 곧 올 4월 실적이 발표될 중국, 러시아 등에서도 현대ㆍ기아차는 선전을 펼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주요 시장에서 현대ㆍ기아차가 맹활약을 펼치면서 올 글로벌 생산목표 상향조정은 불가피해졌고, 실무부서에서 방안 마련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 쉽지 않아 실무진들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공장과 중국 베이징공장, 인도 첸나이공장 등은 올 생산목표가 생산능력의 100%를 넘어 최대 120%에 달하고 있고 나머지 공장들도 생산능력이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당장 공장을 새로 짓거나 라인을 증설하는 방식으로 급격하게 생산량을 늘릴 계획은 없는 만큼 몰리는 수요를 완전 해소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수요 파악을 기초로 중장기 해외 생산시설 증설 방안도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충희 기자 @hamlet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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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현대차그룹이 최근 몰리는 글로벌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생산량을 늘리는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기아차 미국 조지아공장 현장직원들이 쏘렌토R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헤럴드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