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STX팬오션, 현대상선 등 국내 대형 선사들이 부진한 1분기 실적으로 인해 고배를 마시고 있다. 유가가 이들의 발목을 잡으면서 줄줄히 적자 행진을 기록했다.
한진해운과 STX팬오션은 지난 12일 각각 116억원과 41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이들의 실적 부진은 지난달 현대상선의 실적이 공개될 당시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현대상선은 지난 4월 1분기 실적으로 시장 예상치보다 낮은 241억원의 영업적자를 발표했다.
올해 국내 대형 선사들의 발목을 잡은 것은 유가다. 금융위기 이후 선사들은 운임 시황에 민감하게 대응해왔지만, 고유가의 늪은 피해갈 수 없었다. 실제 해운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벙커C유(380CST 기준) 가격은 지난해 평균 t당 465달러에 불과했지만, 1분기에는 평균 600달러 수준으로 약 30% 올랐다.
일본 지진과 중국의 긴축 정책 등으로 전세계 물동량이 감소한 것도 한 몫을 했다. 특히 벌크는 호주 지역 대홍수로 지난해 4분기 2364포인트였던 건화물운임지수(BDI)가 올해 1분기 1365포인트로 급락해 벌크 운송을 주로하는 STX팬오션가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1분기에 고배를 마신 선사들은 2분기에도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이들의 발목을 잡았던 유가는 잠잠해지고 물동량 역시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운임 시황이 아직 낙관하기는 힘든데다 지난 2008년에 주문한 배들이 계속 들어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선사들은 고정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시장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유류 비용을 줄이기 위해 선박 운항시 경제 속도를 지키도록 하고 있다. 선박 속도를 기름이 덜 드는 20노트 내외로 줄여 기름 소비를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또 기름을 주유할 때 싱가포르나 로테르담 등 8~12% 가량 저렴한 항구에서의 주유량을 늘리고 있다.
STX팬오션의 경우 매출 구조를 조정해 시황에 민감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요즘처럼 물동량이 적을 때는 대선(代船) 비중을 20%까지 줄이고 화물비중을 80%까지 늘렸다. 또 대선 역시 중장기 보다 1년 이내의 단기로 빌려 시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실제 STX팬오션이 용선한 300척 중 대여 기간이 1년 이상인 배는 11%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줄일 수 있는 모든 고정 비용을 줄이고 있어 유가나 운임시황에 큰 변동만 없다면 2분기 실적은 1분기보다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shinso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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