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출신으로 가장 출세한 사람이 누구일까?” 알만한 사람 이름이 여럿 나오겠지만, 삼성 내부에서는 의외의 인물이 꼽히곤 한다. 바로 삼성물산 출신의 차용규 씨다.
차 씨는 ‘1조원의 사나이’, ‘구리왕(王)으로 불린다. 삼성물산 직원이었던 그는 지난 2004년 삼성물산이 카자흐스탄 최대 구리업체인 카작무스 지분을 팔고 철수할 때 이 회사 지분을 일부 인수했다. 삼성이 공식 법인에 지분을 팔았으나 어떤 신출귀몰한 수를 썼는 지, 지분 일부는 차 씨의 차지가 됐다.
물론 차 씨는 앞서 삼성물산을 퇴사했다. 이후 2005년 카작무스가 구리값 상승에 힘입어 런던증시 상장에 까지 성공하면서 ‘대박’의 주인공이 됐다. 차 씨는 2006년 1조원 규모의 지분을 모두 팔아 치운 뒤 경영에서 손을 뗐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차 씨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억만장자의 행운아’가 됐다. 그는 2008년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부자 1000명 중 재산 14억 달러(약 1조5000억원)로 843위에 올랐다. 한국인으로는 9위에 해당하는 엄청난 갑부다.
이런 차 씨를 상대로 국세청이 고강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차 씨가 카작무스 지분 매각으로 번 1조원대 소득에 대한 역외 탈세 혐의를 조사 중이며, 조세피난처인 말레이시아 라부안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국내 부동산에 투자해 세금을 탈루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시장에서는 ‘선박왕’으로 불리는 권 혁 시도상선 회장에게 4101억원의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한 후 ‘공평과세’란 이름으로 탈루, 특히 역외 탈루 근절에 속도를 붙인 국세청의 레이더망에 그가 걸린 것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이 탈루 혐의를 입증한다면 최고 7000억원의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국세청의 추징이 이뤄질 경우 권 회장과는 달리 홍콩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차 씨가 ‘비거주자’(세법상 외국인)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커 실제 추징 여부는 미지수다.
차 씨가 거주자임을 입증할 증거를 모으고 있는 국세청은 그가 국내 곳곳에 호텔ㆍ백화점에 투자하고 빌딩 매입에 나선 것이 확인되었다며 탈루 물증을 확실히 찾을 수 있다고 장담하는 분위기다.
모든 것은 국세청 조사에서 판가름 되겠지만 차 씨가 국세청 레이더를 뚫는 ‘행운’을 또 얻을지, 아니면 조세 정의 심판 앞에 날개가 꺾일 지 모두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김영상 기자 @yscafe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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