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옛 영화는 일장춘몽(一場春夢)이 된 듯 하다. 지금의 전경련을 호랑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왜 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새 시대 흐름을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회원사는 신성장 동력 창출 등을 향해 가면서 다양한 요구를 하고 있는데 전경련의 정책 발굴, 대응의 뒷받침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회원사 이익보다는 자리 보전에 급급한 것도 전경련 고위층의 현실이다. 특히 산하이기는 하지만 독립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과의 갈등 등 내부 사정도 뒤숭숭하다. 전경련 무용론과 함께 “회비 내기 아깝다”는 회원사가 늘 수 밖에 없다.
물론 전경련 만의 책임은 아니다. 정치가 경제를 억누르는 한국사회 구조상 기업을 대변하는 전경련이 큰 소리를 치는데는 한계가 있다. 자사 경영이 더 중요하다며 전경련 회장 자리를 한사코 마다하는 그룹 총수들의 마음이 바뀌지 않는 한, 전경련 결집력은 더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여의도 전경련의 새 사옥 건립공사가 오는 2013년 완공과 입주를 목표로 한창 진행 중이다. 50층이지만, 63빌딩보다 더 높게 지어 여의도 랜드마크로 만들겠단다. 건물도 최첨단 친환경빌딩을 표방한다.
회원사 한 임원은 “전경련이 빌딩을 높게, 더 크게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급한 것은 조직 리모델링”이라고 지적한다. 새 집으로 들어가 일하기 전, 위축된 내부 문화를 일신하고 자리 보전에만 관심 있는 내부 고위층을 쇄신하는 리모델링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19일 4대그룹 총수들이 저마다 사정으로 불참한 채 올해 세번째 회장단회의를 갖는다. 연기금 주주권 강화, 이익공유제, MRO(자재 구매대행) 등 주요 이슈가 화두에 오르지만 얼마나 제 목소리를 낼 지 미지수다.
회원사들은 현재 전경련이 필요한 것이 ‘환골탈태’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사방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리는데 전경련만 귀를 막고 있다고 말한다. ‘사랑받는 전경련’을 만들기엔 많이 지나친 감이 있지만, 지금도 늦지는 않았다.
<김영상 기자 @yscafezz>
ys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