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5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정유업계에게 고민의 날이 될 듯하다.
우선 공정거래위원회가 25일 담합 행위로 판단하고 있는 원적지 관리에 대한 과징금을 결정할 전원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원적지 관리는 매출이 높거나 상징성이 큰 지역의 주유소를 잡기 위해 정유사가 다른 곳보다 기름을 싸게 공급하거나 각종 혜택을 주는 행위로, 일각에서 과징금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2009년에는 LPG 공급업체 6개사에 대해 과징금 6889억원을 부과했던 사례도 있다.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이달 초 “정유사들의 원적지 관리를 담합으로 결론내리고 이달 하순 최종 제재수위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위가 이미 법리적인 검토는 마무리했고, 과징금 액수 결정만을 남겨놨다는 것이다.
25일에는 대한석유협회 총회 일정도 잡혔다. 공교롭게도 공정위가 대규모 과징금을 메길 것으로 예상되는 날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CEO가 한 자리에 모이는 모습이 연출된다.
이날 석유협회 총회는 박종웅 전 의원을 협회장으로 선출하고, 올해 사업계획과 예산을 결정하는 정기총회이지만 논의할 내용은 가볍지 않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정유4사가 서로 부담스러워할 수 밖에 없는 요인도 있다. 공정위가 원적지 관리 담합을 잡겠다고 나선 가운데, 한 정유사가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를 했다는 소문이 정유업계를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리니언시를 하면 과징금 조치를 면제받을 수 있고, 공정위는 누가 했는지를 밝히지 않는다. 따라서 과징금 액수가 확정될 때까지 서로를 의심하게 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정유업계 전체 이슈를 논의하지 않을 수도 없다. 이번 정기 총회는 여러 이슈 때문에 두 달 째 안 열리다가 열린 회의다. 당초 2월말 정도에 총회를 열 예정이었던 만큼 공동으로 논의될 내용도 많다.
25일 석유협회 총회에서는 4월부터 실시한 리터당 100원 인하건도 자연스레 화제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들에서 “100원 인하한 것이 맞느냐”며 계속 압력을 넣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시간이 남기는 했지만 100원 인하한 기름값은 어떻게 복귀시킬 지에 대해서도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시기다.
이상화 기자/sh9989@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