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불문과 여학생. 소믈리에가 되다
제가 와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학년을 마치고 프랑스에 갔을 때에요. 불어불문과 학생이었던 저는 보르도지방에 교환학생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마침 홈스테이했던 곳의 주인이 요리사이어서 프랑스요리와 와인을 자주 접하게 되었어요. 향과 맛이 각자 달랐던 와인에 대해 하나씩 알게 되면서 참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졸업 후 프랑스 관련 사무직에서 일하다가 3년 후에 그만두고, 그때 와인아카데미를 다니게 되었어요. 4개월 정도 배우고 나서 제 인생의 직업으로 소믈리에를 결심했죠. 열정을 가지고 평생 일할 수 있는 직업으로 소믈리에는 충분한 매력이 있었거든요.
불어불문학 전공은 소믈리에가 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와인은 단순한 음료가 아닌 하나의 문화입니다. 프랑스라는 한 나라의 문화를 배우는 데 있어서 프랑스어를 안다는 것은 가장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황지미 프랑스 보르도 CAFA Formations 소믈리에 양성 과정 수석 졸업 프랑스 국가 소믈리에 자격증 MC (Mention Complementaire de Sommelerie) 수석 합격 현재 호텔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 ‘더 비스트로’에서 근무 중 현장경험 샤또 세귀앙, 샤또 빠프 끌레망, 샤또 레오빌 푸아페레 등 인턴 실습 미슐랭 원스타 레스토랑 <레스토 르 샤퐁 팽> 미슐랭 투스타 레스토랑 <르 생 제임스> 등 수상 2010 제9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 1등 수상 |
소믈리에가 되기 위한 힘든 여정
소믈리에가 되겠다고 결심한 후, 전 프랑스로 떠났습니다.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소믈리에 학교(cafa formations)에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죠. 그 결과 수석으로 졸업할 수 있는 기쁨도 얻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쉽지 않은 시간이었어요. 프랑스어로 진행되는 강의를 오전 9시부터 5시까지 계속 들으며 언어와 문화, 음식까지 모두 이해해야 했으니까요. 수석졸업 소식을 듣고 눈물이 날 정도로 힘들었던 공부였지만, 하루하루 성실히 임해가며 프랑스 와인아카데미에서 주는 자격증(M.C. Sommelier)도 취득했습니다. 또한, 학교에서의 배움뿐 아니라 현장에서 일도 많이 했었는데요. 샤또에서 일을 하고, 와인샵, 부띠끄샵, 레스토랑에서도 일했었죠. 그렇게 긴 여정을 거쳐 지금은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에서 소믈리에로 일하고 있습니다.
소믈리에 근성이란
우선 영어는 기본입니다. 그리고 소믈리에는 다양한 나라의 와인과 음식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나라의 언어를 아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와인으로 유명한, 프랑스어나, 이태리어, 스페인어를 배우시면 좋겠죠. 또한, 소믈리에는 오픈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소믈리에는 레스토랑의 손님과 직접 의사소통을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서비스 정신과 함께 다양한 손님들과 소통할 오픈 마인드가 요구됩니다. 이와 더불어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경청하는 능력, 친화력 등이 필요해요.
소믈리에가 책임지는 행복한 테이블
소믈리에는 한마디로 레스토랑의 모든 음료를 관리하는 사람입니다. 레스토랑의 제고 파악부터 음료서비스까지 책임져야 해요. 음료서비스란, 음료의 주문을 받고, 좋은 음료를 추천하며, 손님의 기호에 맞게 서비스 온도와 같은 모든 조건을 맞추는 것을 말합니다. 와인은 온도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손님 취향에 맞으면서도 가장 맛있는 와인이 되기 위한 온도를 맞춰야 해요. 이처럼 소믈리에는 손님에게 가장 행복한 음식이 제공된 테이블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한국 소믈리에 대회 우승자에게 묻다
작년에 처음 참가했던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서 운 좋게도 1등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쏟아졌던 스포트라이트가 이번 년도 새로운 수상자에게 옮겨질 것을 생각하면 참 아쉽지만요(웃음). 저는 매우 이례적으로 1차, 2차에서 모두 1등을 하고, 마지막 3차인 결선에서 우승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에서 일하고 난 후에는 너무 피곤해서 솔직히 대회 준비를 열심히 하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틈틈이 전철에서 공부하고, 쉬는 날은 도서관에서 또는 와인동호회에서 테이스팅을 했었습니다. 많은 준비를 하지는 못했지만, 프랑스에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던 것이 대회에서 우승까지 하게 된 비결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아직 배울 것이 남아 있음에 대하여
하지만, 저는 처음 참가한 대회에서 1등 아닌, 3등을 했었다면 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소믈리에는 끊임없이 공부하는 직업입니다. 새롭게 쏟아져 나오는 와인들을 계속적으로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저에게는 대회 우승과는 상관없이 와인공부가 언제나 필요합니다. 후배들과 함께 와인공부를 하다 보면 많이 잊어버린 내용을 실감하게 되요. 주변 사람들은 대회에서 1등 했으니 이제 참가하지 말라고 하지만, 저는 이러한 이유 때문에 다시 참가해보고 싶네요. 소믈리에의 목표는 대회 1등이 아니라 와인에 대한 정확한 이해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참가해서 전과 같은 우승을 차지 못하게 될 수도 있지만, 대회때문에 긴장하며 배울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소믈리에에게 의지하세요
제가 보기에 한국사람들은 외국인에 비해서 모르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 모르는 것이 부끄러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모르면 물어보면 됩니다. 와인도 마찬가지에요. 비싼 레스토랑에 와서 와인을 주문할 때, 잘 모르시면 언제라도 소믈리에에게 물어보시고 추천을 받으세요. 그러기 위해 소믈리에가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와인이 많이 대중화되면서 와인 애호가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와인 애호가와 와인 전문가 소믈리에는 다릅니다. 와인 애호가분들도 수많은 종류의 와인을 공부한 전문가에게 의지해 주세요(웃음). 이제 레스토랑에 가시면 주저하지 마시고, 소믈리에에게 좋은 와인을 추천받으시길 바랍니다.
소믈리에가 되기 위해 배워야 할 것들
기관에서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 와인공부 관련 전문기관을 찾으세요.
책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 와인 관련 책을 원서로 읽으시면 더욱 좋아요.
각 나라의 언어를 공부하세요 → 스페인어, 이태리어, 프랑스어를 배우시면 좋겠죠.
와인 관련사이트를 찾아보세요. → 새롭게 쏟아지는 와인 종류를 배우기 위해서는 관련사이트를 이용하세요.
전문적 와인 테이스트법을 배우세요. → 와인을 기억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아로마 키트’에 담긴 향으로 테이스팅 연습을 해보세요.
봄에 마시는 멋진 와인 하나
보르도 지역은 가격 대비 품질 좋은 와인이 많기로 유명합니다. ‘화이트와인의 재발견’이라 부르고 싶은 와인은 보르도 앙트르 드 메르 지방의 화이트 와인입니다. 열대 과일의 향기가 나 맛은 부드럽고 신선하며 갈증을 풀어주는 청량감이 느껴지죠. 와인명은 Château Guibon Blanc 2008(샤또 기봉 화이트)이며, 가격은 35,000원입니다. 봄에 어울리는 보르도 화이트 와인의 향으로 새로운 기분을 맛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