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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annabe Job]라디오PD
<글 사진 권순만 대학생기자>매일 밤 라디오를 들으면 DJ가 친한 친구나 누나, 오빠처럼 다정하게 느껴진 적이 있을 것이다. 변치 않는 모습으로 우리 곁에 찾아오는 라디오 프로그램. 그 따뜻한 속삭임을 전달하는 숨은 감독은 어떤 모습일까. 라디오PD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호기심과 지적욕구가 가득했던 여대생

89학번 국문과 출신이다. 당시는 지금과 많이 다른 분위기의 학창시절을 보냈다. 학교공부에 투자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라, 친구들과 관심 있는 분야의 세미나를 하기도 했고, 학교 신문사에서 일하며 학생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때는 지금처럼 학점, 영어공부에 연연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오히려 대학이란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비로소 할 수 있게 되는 자유의 무대였다. 당시는 지금처럼 해외여행이 일반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내 방방곡곡을 돌며 여행을 했고 방학 때는 서원에서 2주 동안 사서삼경을 읽기도 했다. 이런 경험들로 사회참여적인 분야에 관심을 두게 되어 대학원은 정치학과로 가게 됐다.

즐겨듣던 라디오 프로그램 연출을 하다

방송과 프로듀싱이라는 것을 직업으로 삼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언론사에서 문화부 기자가 되고 싶었기 때문에 일단 언론사시험을 1년 동안 준비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공부를 할수록, 고민을 할수록 방송기자는 내게 맞지 않은 옷 같았고 늘 라디오를 즐겨 들었기 때문에 기자보다는 라디오PD를 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당시 ‘서세원의 가요산책’을 즐겨들었는데, 특히 청취자와 전화 연결하는 코너가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다. 음악과 토크도 좋아했기 때문에 라디오PD가 내게 딱 맞는 직업임을 발견한 것이다. 졸업 후 라디오PD에 지원해 합격, 입사 후 맞은 첫 프로그램이 바로 ‘서세원의 가요산책’이었다. 애청자로서 듣던 프로그램을 직접 만드는 특별한 행운으로 라디오PD 인생이 시작됐다. 

라디오 프로그램의 세계

라디오 프로그램은 시사, 음악, 종합편성프로그램, 라디오드라마, 라디오다큐, 1분짜리 스팟등으로 구분된다. 가장 큰 범주를 음악과 시사로 나눌 수 있고 토크와 음악으로 단순화시킬 수 있다.

라디오 프로그램은 MC와 DJ, 제작하는 PD, 작가의 궁합이 절묘하게 맞아야 한다. 눈으로 보는 예능프로그램과는 달리 말로만 이뤄지기 때문에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멘트가 무척 중요한 것. 이는 각자의 캐릭터를 살리면서도 조화를 이뤄야 하는 작업이다.

방송은 생방송과 녹음이 있는데, 생방송은 방송의 안전을 위해 엔지니어가 존재하지만 녹음은 대부분 PD가 한다. 퀴시트라는 배열에 맞춰 프로그램 시그널로 오프닝을 하며 시작한다. 음악프로그램의 경우 매일매일 방송하기 때문에 오프닝은 일상적이고 소소한 상황과 이야기를 녹여내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비 오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가 아닌 약간 비틀어서 사회적이거나 그밖에 단편적인 시각에서 이야기하고 얼마나 오프닝곡과 맞아 떨어지느냐를 관건으로 한다.

음악프로그램은 한 명의 PD와 두 명의 작가, 엔지니어가 일하지만, 시사프로그램 같은 경우는 좀 다르다. PD도 많고, 전날 들어오는 뉴스도 찾아야 하고 아이템회의가 끝나면 저명한 인사와 전화 연결하여 섭외에 질문지를 미리 보내 답변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나면 큐시트를 이용해 전체적으로 어떻게 흘러가게 될 것인지 포맷을 정한 뒤 방송을 시작하게 된다. 큐시트에는 언제, 누구에게 연락할 것인지, 어떤 세부 내용이 반영되는지 등등 모든 사항이 자세히 기재된다. 

박영심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동 대학원 정치학 석사
중앙대 첨단예술대학원 영화 이론 전공
University of Westminster,
media & Communication diploma 졸업
현재 KBS 해피FM 유영석의 ‘밤을 잊은 그대에게’ 연출

아찔했던 순간들

‘이본의 볼륨을 높여요’를 맡고 있을 때였다. 한창 장마철이라 한강물이 많이 불어 상수 쪽에 있는 댐을 연 날이 있었다. 그 순간 강변북로와 올림픽도로가 한차례 침수가 되면서 교통대란이 일어나, 낮부터 모든 디제이가 릴레이로 지각을 했다. 그래도 이본 씨 같은 경우는 늘 미리미리 준비하는 7년 차 베테랑 디제이여서 당시 지하철을 타지 않음에도, 차에서 내려 5호선 여의도역에서 공원을 가로질러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엄청난 트래픽잼 속에서 3~4분 정도 늦었지만, 노래 하나가 끝난 뒤 오프닝을 할 수 있었다. 아슬아슬한 하루였다.

또, 초년병시절 ‘명사들의 첫 작품’ 이라는 프로그램을 맡았는데 여러 명사들의 첫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는 프로그램이었다. 임권택 감독님 같은 경우 방송국 들어오기 싫어하셔서 63빌딩 카페에서 만났는데 인터뷰를 위해 녹음기를 설치하고 보니 마이크 줄이 없는 것이었다. 당시 2~3년 차여서 임권택 감독님께 “감독님,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었더니 임 감독님이 직접 차로 방송국 근처까지 데려다 주셔서 마이크 줄을 받고 인터뷰한 적도 있다. 미리미리 준비한다고 했는데, 실수를 피할 수 없던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라디오, 그 원초적 매력

영화 ‘The Boat That Rocked’는 영국의 라디오 해적방송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이 영화는 1966년, 영국 정부가 너무 시끄럽고 저항적이라는 이유로 락앤롤의 라디오 방송을 금지하는데, 이에 저항하는 8명의 DJ들이 해적방송선 라디오락(Radio Rock) 호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한다. 자유롭게 락앤롤 방송을 하기 위해 모인 이들과 선장 겸 방송국 운영자 쿠엔틴은 영국 정부의 감시를 피해 24시간 신나게 락앤롤을 전파하며 영국 전역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리지만, 이 해적 라디오 방송을 막기 위해 고심하던 정부 당국자는 때문에 라디오락 호는 전복될 위기에 처한다. 그렇게 난파되던 라디오락 호의 사람들이 물에 빠져 있을 때 프로그램을 듣던 팬들이 도와줘서 살아남는다는 이야기이다. 생각해보면 그 당시나 지금이나 라디오는 계속 사향사업이다. '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뮤직비디오도 MTV가 나오면서 발표된 노래지 않나. 라디오는 그때부터 올드한 매체로 평가받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 필수품이 된 스마트폰으로 디지털라디오에 연결하면 음악서비스를 하면서 음악정보를 청취자들이 얻을 수도 있고 인력을 동원하지 않고 특화시켜 라디오의 장점을 발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디지털 전환시대에 맞아 라디오PD라는 직업도 디지털 컨텐츠의 확장으로 더욱 진화하게 될 것이다.

라디오PD를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라디오PD가 되기 위해 준비보다는 이 직업이 나에게 맞을까를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게 무엇일까라고 생각해보는 게 우선이다. 그런 생각 없이 ‘멋있어 보여서’ 혹은 ‘재밌어 보여서’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들어온다면 막상 안 맞아 좌절하는 사람들이 많다. 라디오프로그램은 특히 사생활이 없는 시간의 노예이기 때문에, 자기 자신보다 프로그램을 우선시해야 한다. 심지어 자정에 생방송을 하는 DJ는 부친상을 당하고서도 생방송에 참여했었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좋아한다면 그것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는 게 좋을 것이다. 이런 고민들을 거쳐 라디오PD가 되기로 마음먹었다면, 음악과 문화적 소양을 쌓아라. 그리고 사람에 대한 관심을 뒀으면 좋겠다. 라디오PD라는 직업이 사람들과 매일매일 이야기하기는 직업이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과 배려, 케어는 필수요소다. 이것은 나아가 사회에 대한 관심, 더 크게는 세계에 대한 관심으로 나아갈 수 있다.

Tip. 라디오PD는 어떤 일을 할까?

1. 라디오PD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의 선장이다. 

라디오 작가가 그날의 오프닝 주제를 결정하고 DJ가 어떤 것과 연결해서 하려는 게 있으면, PD는 글을 보고 곡을 선곡하고 주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오프닝에 부적절한 부분을 수정한다. 프로그램 짜임 전체를 조율하는 것이다. DJ들의 언어가 부적절한 경우에도 PD가 교정해줘야 한다. 예를 들어 ‘기라성’ 이나 ‘오뎅’ 같은 경우 일본에서 왔기 때문에 방송에 적합하지 않다. 사소하지만 쉽게 놓칠 수 있는 부분까지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2. 사람을 아우르고 컨트롤 하는 조력자

라디오는 매일 같은 사람들과 작업을 하기 때문에 스태프 한 명 한 명의 얼굴만 봐도 그 사람의 분위기나 심적 상태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연출을 하는 PD는 DJ가 기분이 좋지 않다면 이를 컨트롤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라디오PD는 단지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단순한 리더가 아니라 매니저도 돼야 하고 막내 같은 역할도 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책임과 결정권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http://www.camhe.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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