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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정부에 장관은 없다?
공기업·자회사 감사까지…

靑 실세 측근챙기기 도넘어

친이·친박도 가세 점입가경


장관 인사·정책결정권 실종

최근 개각은 청문회 통과용

‘차관정치 시대’ 비아냥도


MB정부엔 장관이 없다? 인사권도 정책결정권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니 장관이래야 장관도 아니라는 의미다.

사실 요즘 들어 MB정부의 측근 챙기기 인사는 도를 넘어섰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공기업의 자회사 감사와 사외이사까지도 청와대 실세 누구누구와의 친분이 얘기될 정도다. TK에 특정대학 출신이란 이유로 엉뚱하게 낙하산으로 내려와도 이제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여권 실세와 친박계 인사까지 가세해 더 복잡해졌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정작 부처의 수장인 장관은 인물난이다.

그 결과물이 차관정치다.

MB정부의 집권 후반기는 대통령을 원톱으로, 각 부처의 차관이 일제히 미드필더가 되는 ‘차관정치’의 시대가 될 전망이다. 될성 부른 인물은 연달아 청문회에서 낙마하면서 능력보다는 무난한 인물로 채워진 새로운 장관 ‘라인업’이 빚어내는 새로운 행정부 권력지도인 셈이다.

‘장관은 없고 차관만 보이는’ 행정부 권력지도의 변화는 지난 4ㆍ27 재보선 패배 이후 이미 예고됐다. 5ㆍ6 개각에서 류우익 전 주중대사 등 당초 마무리 투수로 점찍혔던 후보는 막판 제외됐다. 국민과 야당의 반발을 피해갈 청문회 통과용 선수(選手)로 교체됐다. 관가에서는 청문회 이후 대통령의 의중을 짚어내는 청와대 비서관이 대거 차관으로 내려오는 ‘제2의 개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미 일부는 벌써 부처로 나가 자리를 잡았다.

문제는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결정을 대통령에게 미루게 될 경우 생겨나는 폐단이다. 제도와 시스템을 무시하는 인치(人治)의 폐해 가능성이다.

장관이 없으니 수장인 총리도 힘 빠진다. 이명박 대통령이 유럽 3개국을 순방 중이던 지난 11일 국무총리 주재의 국무회의가 정족수 미달로 ‘지각 개회’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모두가 대통령만을 바라보다 정작 대통령의 부재(不在) 시 삐걱거리는 시스템 고장 상황이 연출됐다.

일부에서는 이 대통령 특유의 ‘만기친람(萬機親覽·모든 일을 친히 살펴봄)’형 업무스타일도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지적이다. 교육ㆍ외교ㆍ국방개혁 등을 진두지휘하는 것은 물론 경제 분야에서도 세부적인 내용까지 일일이 관여하다보니 장관이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는 형국이 됐다는 것이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권 초기부터 써본 인물만을 중용하는 MB의 인사스타일이 이 같은 문제를 낳았다”고 지적한다. 대통령실장과 인사비서관 등 극히 일부 사람과 밀실 협의하는 방식이 MB의 인사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은 한 번 써봤던 인물, 검증된 인물을 중용한다는 편이다. 자격이 되는 사람 중 대통령이 낙점하는 게 아니고,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 중 자격이 되는 사람을 찾기 때문에 인선의 폭이 좁아지고, 결국에는 ‘회전문 인사’라는 비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회전문 인사를 피하다보니 인재풀이 얇아지고 의외의 인물이 불쑥불쑥 솟아나오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

지난 6일 청와대가 개각 명단을 발표했을 때 농식품부 기자실은 잠시 술렁였다. 서규용 내정자가 도대체 누구인지에 대한 궁금증 때문. 다른 분야에 비해 비교적 인재풀이 부족하다는 농식품부이기는 하지만, 9년 전인 2002년 농림부 차관을 마지막으로 공직을 떠났던 인물의 귀환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 인사였다.

경우는 다르지만 경제사령탑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된 박재완 장관의 경우도 예상치 못했다는 점에서는 궤를 같이한다.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등을 지내며 성실성과 대통령의 경제철학을 이해한다는 점은 인정받지만 그간 기획재정부 장관에는 다른 장관을 통솔할 만한 고참 관료 출신을 임명하던 게 관례였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를 앞두고 박병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김영주 전 산자부 차관 등 정통 관료가 거론됐지만 인사청문회 부담과 노무현정부 사람이라는 인식 때문에 박재완 내정자로 막판 선회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정부가 청문회 통과용 선수를 뽑는 것은 결국 청문회의 본래 취지도 퇴색된다는 지적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명박정부 인사의 공통점은 ‘최선’의 인물을 뽑기보다는 ‘가장 청문회 통과가 유력한 인물’을 뽑는다는 점인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MB정부가 느끼는 청문회에 대한 부담은 실제 통계로도 확인된다.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인사청문회 대상자 63명 중 8명 낙마(자진사퇴 포함ㆍ12.7%)한 반면 노무현정부 시절에는 장관 후보자 58명 중 2명(3.4%)만이 장관의 문턱에서 사임했다.

양춘병·박지웅 기자/goa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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