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언시 누가 먼저” 눈치
유가인하 이어 껄끄러운 관계
공정위가 대규모 과징금을 부여하면서 정유업계의 불만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업계는 ℓ당 100원 인하 등 물가안정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거액의 과징금까지 부과받아 부담이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단 이번 공정위의 4348억원대 과징금 부과로 인해 정유업계 관계는 더 껄그러워졌다. 원인은 역시 리니언시 제도다. 이번에도 리니언시를 실시한 업체가 있는 만큼 앞으로 돌아가면서 정유사가 미리 자진신고하고 과징금을 감액받는 사레가 속출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기름값 ℓ당 100원 인하 방식을 두고도 ‘흉흉해진’ 모습이 여전하다.
또한 정보교환 금지명령이라는 시정명령에 따라 정유사 간 관례적인 만남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국제유가 대응 등의 문제로 만날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때마다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유사는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SK와 현대오일뱅크, S-OIL은 “담합사실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공정위에서 의결서를 보내오면 행정소송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에서 담합을 지적한 기업에 과징금과 시정조치를 담은 의결서를 보내는 데까지는 통상 한 달 정도가 걸린다. 의결서를 보내면 해당 기업은 공정위에 재심을 요청할 수 있고, 또한 법원에 행정소송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과징금이 일부 경감될 수도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0년까지 제기된 870건의 소송 가운데 원고인 업체 측이 승소한 경우가 12.1%인 105건, 일부 승소한 경우가 13.1%인 114건이다. S-OIL의 경우 2007년 공정위가 정유4사에 대해 경질유 판매가격을 공동으로 인상했다고 과징금을 부과한 것에 대해 행정소송을 실시해 승리했고, 과징금을 돌려받은 사례가 있다.
이번 조치로 실제 과징금 액수는 리니언시를 신청한 업체가 100% 과징금을 감면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2000억대로 예상된다. 당초 조 단위 과징금설이 돌았고, 정유사가 1분기 영업이익이 좋았던 것을 감안하면 이 정도는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정유사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입장이다. 각 정유사가 고도화 시설, 해외 광구 개발 등 대규모 시설투자를 실시했고, 실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비용이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1조1933억원, GS칼텍스는 827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S-OIL은 6467억원, 현대오일뱅크는 213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상화 기자/sh9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