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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건 하자”...그녀의 대화방에선 지금...

“회원님을 대화방으로 초대합니다.” 카페에 가입하자마자 쪽지가 날아왔다. 방장은 현재 카페에 접속한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쪽지를 보내고 있었다. 대화방에 들어가자 대화는 거두절미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대화방에 들어온 이들은 “아이템이 뭐죠?”부터 묻는다. 카페 회원들을 초대한 방장은 처음에는 구체적인 언급을 꺼리고 뜸을 들이다 이내 ‘보험’ ‘여자’ ‘인당 1억원 배당’ 등 단어들을 나열한다. 문맥을 놓치면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는 질문과 대답이 이어졌다. 기존 회원들은 이미 용어에 익숙한 듯 단어만 올라와도 다음 질문으로 바로 넘어간다.

일부 포털사이트의 카페를 중심으로 범행을 모의하는 글들이 올라와 온라인이 범행 모의의 새로운 온상이 되고 있다.

카페 운영자는 카페 소개글에서 사업 실패나 개인사로 인한 어려움을 공유하고 서로 돕자는 취지로 카페를 개설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활동 중인 회원들은 ‘한건’으로 인생 역전하자는 분위기 일색이다. 실제 한 회원이 남긴 글에는 “사기, 강도, 절도로 평생 먹고 살 수는 없다. ‘큰집’ 다녀 와서도 먹고 살 걱정 안 하려면 큰건 하나 제대로 해야지”라며 범행에 동참할 사람을 모집하고 있었다.

카페가 이처럼 운영되자 포털사이트 다음 측은 해당 카페에 대해 ‘블라인드(Blind)’ 규제를 적용해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다음 관계자는 “카페 이용약관에 위배되는 정보가 많아 카페나 메뉴 이용을 우선 제한하고 규제 대상 정보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도록 조치했다”며 “운영자로부터 이용 중단에 대한 소명을 받고 사이트 존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운영자는 기존 카페가 닫히자 같은 이름의 카페를 개설하고 “신세한탄과 개인적인 만남… 고민하고 해결방법을 모색하고 공유하자”며 친목 도모 모임임을 밝혔다. 그러나 운영자 역시 이전 카페가 ‘범죄카페’로 운영된 것을 부인하지 않고 게시판에는 ‘실수하면 끝나는 거다’는 제목을 달고 범죄현장을 연상케 하는 그림이 올라와 있다.

이 같은 인터넷상의 움직임이 기우가 아닌 것은 실제로 카페를 통해 만난 이들이 범행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서울 방배경찰서는 인터넷 카페에서 만나 범행을 모의한 3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카페에서 만나 서로 인적사항을 모르는 상태에서 쪽지로 서로 대화하거나 채팅방을 만들어 대화하면서 현금수송차량을 털기 위해 쇠파이프와 소화기를 준비하고 총포사에 침입하는 등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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