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유수 기업인과 사우디 방방곡곡을 누빈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이곳은 여전히 기름이 물보다 싸다는 사실이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국산 대형 승용차에 기름을 가득 넣고도 채 만원을 내지 않는다.
사우디만 하더라도 여전히 하루 350만배럴의 추가 생산 여력이 있으니 충분한 공급 잉여량이 있다. 리비아 사태로 질 좋은 리비아산 원유 공급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사우디 남부 유전에서 생산되는 똑같은 종류의 원유로 부족량을 충분히 보충할 수 있다고 한다. 즉, 최근 유가 상승은 공급 부족의 문제라기보다는 국제 투기자본 세력과 향후 공급 부족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는 에너지 소비주체의 심리적인 요인에 기인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사우디는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국제 에너지 리더로서 배럴당 75~85달러 사이를 유지하는 것이 세계 경제의 건전성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적정하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중동 사태가 발발하자마자 가장 먼저 자발적으로 증산을 선언한 것이 사우디다.
이 땅에는 유가 상승으로 자금이 물밀듯이 쏟아지면서 신규 프로젝트와 투자자가 넘쳐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지난해 4000억달러 규모의 5개년 경제개발계획을 통해 국내 인프라 확충과 인적자원 개발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우디는 아직 원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이 충분하지만 경제 개발과 인구 급증으로 현재 43기가와트 수준의 전력 수요량이 2030년에는 120기가와트로 세 배까지 폭증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우디 정부는 태양에너지와 원자력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도 유가가 오른다고 위축되어 있을 때가 아니다. 우리 기업이 이 땅에 다시 진출해 선진국에 비해 다소 뒤처져 있는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획기적으로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제2의 기회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