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일본 대지진 이후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사실 세계 130위 부호인 그의 명성은 이미 새로운 게 아니다. 보다폰 인수 등 굵직굵직한 인수ㆍ합병을 통해 세계 최고 정보기술(IT) 기업의 총수로 우뚝선 것 역시 잘 알려져 사실이다.
그에게 새삼 관심이 쏠리는 것은 최근 그가 보여주고 있는 ‘공익적 가치경영’ 때문이다.
최근 일본 조사업체가 비즈니스맨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그는 ‘총리로 추대하고 싶은 경제인 1위’에 올랐다. 일본에서 트위터 팔로워도 가장 많아 110만명에 이른다.
그런 그가 30일 대지진 이후 일본의 심각한 전력난과 그에 따른 피해에 대비하기 위해 일본 기업의 데이터 서버를 한국으로 이전한다는 파격적인 발표를 했다. 소프트뱅크는 KT와 합작을 통해 오는 9월부터 일본 기업의 데이터를 한국에서 관리하게 된다. 양사의 합작으로 앞으로 많은 일본 기업이 백업용 데이터센터를 한국에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일본 시장 진출을 계기로 한국을 글로벌 데이터센터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한 기업이 자사의 데이터 백업 서버를 다른 나라로 옮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 기업이 보안 등을 이유로 꺼린다. 일본 통신기업이 스스로 외국 기업과 손잡고 자국 기업의 데이터센터를 해외에 구축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손 회장은 30일 조인식에서 “우리는 사람들에게 ‘라이프라인(생명줄)’을 제공하는 공익적 일을 하고 있다. 국경을 넘어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도록 진정으로 돕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는 일본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미국에서 교육받았지만, 부모님은 한국인의 피를 가진 한국 혈통이고 23대 조상은 중국에서 살았다”며 “내 정체가 무엇인지, 내가 누구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기업인으로서 행복한 삶을 살 권리에 공헌하는 인간이 되고 싶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생각에서 그는 대지진 이후 피해자를 위해 사재 100억엔(약 1300억원)에 소프트뱅크에서 은퇴할 때까지 받게 될 임원 보수 전액을 지진 성금으로 전액 기부하겠다는 ‘통큰 결정’을 했다. 올해는 그가 1981년 자본금 1억엔과 2명의 아르바이트생으로 소프트뱅크를 창업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그가 앞으로 더 보여줄 ‘공익적 가치경영’의 행보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최상현 기자/puqua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