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3 트라이앵글 이니셔티브’를 성사시킨 주역은 니어재단 정덕구(63) 이사장이다.
정 이사장은 지난해부터 중국와 일본을 수차례 방문, 각계 저명한 인사들을 만나 한중일(韓ㆍ中ㆍ日) 중심의 새로운 통화질서 수립을 역설했다. 그 결과물이 2일 한중일 15인 전문가그룹의 논의가 압축된 ‘A3 이니셔티브 창립 컨퍼런스’다.
정 이사장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통화에는 운명적 경로가 있다”며 “한국의 원화, 중국의 위안화, 일본의 엔화는 지금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원화는 앞으로도 달러화의 그늘 속에서 운명을 같이 하든지, 아니면 급속히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위안화 밑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위안화의 힘을 막으려면 한중일 나름의 새로운 통화체제 속에 묶어둬야 한다. 이것이 권투에서 말하는 클린치 작전”이라고 했다.
정 이사장은 “한 나라가 쇠락할 때는 경제력보다 그 나라 돈의 가치가 더 빨리 쇠퇴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자국의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달러화를 시장에 너무 많이 풀어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렸고, 한 때 반짝 번성했던 엔화 역시 끊임없는 시장 개입으로 가치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위안화의 미래에 대해 그는 “앞으로 한 동안은 아시아권 내 위력 있는 통화로 부상하겠지만, 엔화와 같은 운명을 걸을 것”이라며 “나는 위안화의 미래를 믿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정부가 통제하고 있는 통화가 전세계 시장에서 달러화와 같은 교환성통화로 인정받을 순 없다는 것이다.
그는 “달러화가 시장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지만 대안이 없기 때문에 한 동안은 현재의 위력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결국 나중에는 어떤 화폐도 외환보유액(Reserve currency)으로서 대접받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것이 A3 이니셔티브 탄생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정통 재무관료 출신인 정 이사장은 재정경제부 차관, 산업자원부 장관을 역임하고 서울대 및 중국 북경대 초빙교수를 거쳐 17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지난 2007년에 동북아시아 전략 연구를 위한 니어재단을 설립, 왕성한 저술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가 고민할 거대담론을 던지고 있다.
<신창훈 기자 @1chunsim>
chuns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