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이 우리나라 수출 지도를 바꿨다. 일본에 대한 수출이 급증하고 대일(對日) 무역수지 적자는 작년보다 20% 가까이 줄어들었다. 자동차, 석유제품, 건설기계 등 국내 산업은 일본 대지진 이후 큰 수혜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대지진은 세계를 울린 끔직한 재앙이었지만 국내 수출 산업의 풍향계를 돌려놨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2일 산업연구원은 ‘일본 대지진 이후 한국의 수출입 변화’ 보고서에서 “세계시장에서의 한ㆍ일 간 밀접한 경쟁관계로 인해 일본의 생산 차질은 일본제품과 경쟁하는 자동차, 석유화학 등 대(對) 세계 수출에 긍정적 효과를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가동률 저하와 공급 부족에 직면한 일본업체에서 수입을 확대하거나, 수출보다는 내수용 공급을 늘리면서 한국의 대일 무역수지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4월 1~20일 기준 우리나라의 대 일본 수출액은 2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0.1% 폭등했다. 올 5월 들어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달 1~20일 한국의 대일 수출 규모는 전년비 25.6% 증가한 19억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대 일본 수입 증가율은 지난 4, 5월 각각 3.1%, 9.2%에 그쳤다.
산업연구원은 “한ㆍ일 수출을 비교해봤을 때 우리나라 수출은 자동차와 부품, 석유제품 등에서 가장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건설기계 역시 올 3, 4월 일본의 수출 증가율은 지난 2월에 비해 크게 둔화됐지만, 한국은 높은 신장세를 지속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반도체나 철강제품의 수출 호조는 일본 생산 차질로 인한 대 세계 수출 대체 효과보다는 수급 불균형 해소에 따른 가격 인상 효과 때문”이라고 산업연구원은 설명을 덧붙였다.
일본과의 교역에서 수입에 비해 수출이 더 큰 폭으로 늘어난 탓에 고질적 문제인 무역수지 적자도 눈에 띄게 줄었다. 산업연구원은 “세계 금융위기 직후를 제외하고 2006년 이후 확대됐던 대일 무역적자 규모가 올 들어 지난해 수준을 밑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 1~4월 대일 무역수지(수출-수입) 적자는 100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123억달러와 비교해 18.7% 감소했다.
다만 산업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는 일본의 대지진 복구 수요 등 긍정적 효과도 예상되지만, 일본의 성장률 저하에 따른 수요 감소 등 부정적 효과가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현숙 기자 @oreilleneuve>
newea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