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당시 처분한 것으로 알려진 아시아신탁의 지분을 명의신탁 형태로 차명 보유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이 회사와 관계사인 아시아자산운용까지 의혹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부산저축은행을 포함해 지분구조가 상호출자 형태로 얽혀있는데다 무리한 투자라고 볼만한 유상증자 참여 사실까지 속속 드러나 향후 수사의 촛점이 될 전망이다.
부산저축은행을 둘러싼 아시아신탁과 아시아자산운용의 관계는 복잡하다. 외견상 독립된 법인이지만 서로의 주식을 보유한 상호 출자 관계로 지분이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있다. 부산저축은행 유상증자 당시엔 회사의 경영 상태와 관계없이 무작정 뛰어들었다. 모두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 재임시기에 이루어진 일이어서 의혹은 짙어지는 분위기다.
아시아신탁은 아시아자산운용 주식을 9.9% 보유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도 계열사인 대전저축은행(4.5%)을 포함해 아시아자산운용의 지분 9%를 갖고 있다. 아시아신탁과 부산저축은행 모두 아시아자산운용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세 회사에 모두 발을 걸친 인물도 있다. 금감원 출신의 강성범 부산저축은행 사외이사는 아시아신탁의 감사위원이고 아시아자산운용의 비상근 감사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자산운용은 아시아신탁 최대주주인 정모씨의 아들을 지난 2월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아시아신탁과 아시아자산운용의 사무실은 대치동 코스모타워에 함께 있고 각각 13층과 6층으로 층만 달리 쓴다.
이처럼 밀접한 관계는 아시아신탁과 아시아자산운용이 왜 부산저축은행 유상증자에 동시에 뛰어들었는지도 설명해준다. 아시아신탁은 자기자본 160억원의 절반 이상인 91억을 부산저축은행에 쏟아부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 60억원의 이익을 올렸지만 부산저축은행 지분 결손처리로 3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아시아자산운용은 더 큰 무리수를 뒀다. 아시아자산운용은 지난해 6월 부산저축은행 유상증자에 10억원을 출자해 주식 3만8669주(0.52%)를 취득했다. 이 금액은 당시 아시아자산운용의 자본금 82억원의 12%에 해당한다. 게다가 당시 아시아자산운용은 16억7000만원의 영업손실에 16억60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내고 있었다. 출범 1년밖에 안된 소규모 신설 회사가 재정 상태도 좋지 않은 상태에서 자금난에 허덕이던 부산저축은행을 위해 큰 돈을 내놓은 것이다.
이 복잡한 관계들은 김종창 전 원장과 부산저축은행의 관계로 다시 수렴된다. 부산저축은행이 지분을 가진 아시아자산운용은 2009년 4월15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사업 인가를 받았다. 김 전 원장 재임 당시였다.
김 전 원장이 취임 전 처분했다던 부인 명의의 아시아신탁 주식 4만주(지분율 4%, 4억원)를 실제로는 매각하지 않고 명의신탁 형태로 보유해왔다는 정황은 그의 영향력 행사 여부에 대한 의혹을 좀 더 깊게 만든다.
김 전 원장은 원래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의 혐의사실이 공개되면서 부산저축은행의 구명 로비 대상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이후 아시아신탁과 연루된 과거가 속속 밝혀지면서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단순 로비 대상이 아니라 부산저축은행과의 실질적인 이해 관계자로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 대상이 되는 분위기다.
<윤정현 기자 @donttouchme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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