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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희 ‘부정부패와의 전쟁’ 선언…바짝 긴장한 삼성
이건희 삼성 회장이 삼성 내부에서의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대상은 특정 계열사가 아니다. 그룹 전체다. 이에 따라 삼성 전 계열사에 고강도 감사시스템이 가동되면서 전 삼성 직원들이 바짝 긴장하게 됐다. 삼성테크윈의 내부 비리가 시발점이 됐지만 다른 계열사의 비리가 적발되면 향후 대대적인 정풍 운동과 함께 즉각적인 인사조치가 단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9일 출근길에 기자와 만나 “삼성그룹 전체에 부정부패가 퍼져 있는 것 같다. 이 문제를 챙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테크윈의 비리 적발 보고를 받고 대노한 이 회장이 이번에는 비리 대상의 가능성을 ‘그룹 전체’를 지칭한 것은 매우 주목된다. 삼성테크윈의 부정부패에 국한하지 않고 그룹 전체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와 처벌을 시사한 것이다.

이 회장은 ‘잘 나갈 때’의 불감증을 경계하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영업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1등기업을 유지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판에, 부정부패가 만연해지면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 회장은 삼성테크윈 비리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해외 잘나가던 회사들도 조직의 나태와 부정으로 주저앉은 사례가 적지 않다”고 했다. 부정부패는 회사나 조직에 치명타라는 뜻이다.

삼성 관계자는 “테크윈의 비리 적발과 이 회장의 전계열사 감사 의지로 인해 내부엔 떨고 있는 움직임도 감지된다”며 “연중 수시로 가동되는 (그룹)감사시스템이 강화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 그룹이나 계열사의 감사팀으로서도 실적을 내기 위해 고강도 시스템을 운영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이 회장은 “과거 10년 간 삼성이 조금 잘되고 안심이 되니까 이런 현상이 나타나 걱정인데, 요새 바짝 (부정부패 근절)문제를 챙겨보고 있다”고 했다. 비리와의 전쟁은 일시적이 아니라 지속적이고도 장기적으로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최근들어 대-중기 동반성장 등 상생의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그 어느 때 보다 삼성그룹의 역할과 책임이 기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역주행하는 내부 부정이 적발된 것과 관련해 부정방지 시스템의 재구축을 강력히 촉구한 것으로 받아들여 진다.

이에 따라 임직원의 ‘일탈 행위’가 경영진단 평가 과정에서 적발돼 오창석 사장의 사표로 이어진 삼성테크윈 뿐만 아니라 삼성 전 계열사에 대한 광범위한 감사와 인적 쇄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이 회장이 감사 책임자의 승격과 인원확충을 지시한 바 있어 한동안 삼성에는 세밀하고도 끈질긴 감사 바람이 예고된다.

삼성 계열사 한 임원은 “테크윈의 문제에서 삼성 전체의 비리 적발 시스템으로 불 붙은 것으로 보면 된다”며 “저마다 계열사들이 깨끗하다고 믿고 있지만, 어떤 내용이 나올지 몰라 한동안 사장들부터 직원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테크윈 사장 뿐 아니라 다른 계열사 사장 및 임원들도 이건희 회장 발(發) 정풍운동에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임원은 “방산업체 특성상 비리 틈새가 많을 수 밖에 없는 테크윈이 최우선으로 적발된 것이며, 찾아보면 다른 계열사의 비리도 있을 것”이라며 “계열사들이 자기 쪽엔 문제가 없는지 벌써 자체 감사팀을 가동해 은밀히 확인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업계 일각에선 글로벌기업 삼성의 부정부패 척결 의지가 다른 업체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삼성 흐름에 시선을 떼지 않고 있다.

<김영상 기자 @yscafezz>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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