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의 칼날이 더욱 거세게 휘둘러질 전망이다. 그룹 내에서는 지난 8일 삼성테크윈 사장 전격 교체에 머물지 않고 고위 임원 5~6명에 대해서도 징계가 가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말그대로 전격 쇄신이다.
이 회장은 9일 아침 서초동 삼성 사옥으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테크윈에서 우연히 나와 그렇지 삼성 그룹 전체에 (부정부패가) 퍼져 있는 것 같다”며 “더 걱정이 돼서 이를 한번 문제 삼아볼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삼성은 감사 직급자의 직급을 높이고 인력도 늘리고 자질도 향상시켜 감사 조직을 회사 내부에서 완전히 별도의 조직으로 운영한다는 전략이다. 이런 작업은 지금까지 감사 업무를 담당해왔던 미래전략실이 주축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런 삼성의 발빠른 움직임은 재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미 포스코는 지난 3일 회사에서 일어난 비윤리 행위를 신고했을 때 보상금을 기존 5000만원에서 10억원으로 대폭 인상했다. 윤리경영 강화를 위한 포석이다.
현대ㆍ기아차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7일 공정위가 현대ㆍ기아차그룹 본사와 현대모비스 본사 구매총괄본부를 기습 방문해 자료를 확보하고 조사를 벌인 것은 협력업체들에게 부당하게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했는지가 주된 관건이다.
하지만 그룹 내 한 고위 임원은 “구매총괄부서는 업무 연관을 맺고 있는 협력업체들에게 철저히 ‘갑’의 위치에 있는 부서”라며 “혹시나 회사에서는 모르지만 개인차원에서 벌어진 부정부패와의 연루 가능성까지 공정위 조사에서 드러날 수도 있다는 걱정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 내부적으로도 관련 업체로부터 받은 향응ㆍ접대 등이 적발될 경우 바로 해고 조치하지만 최근에는 그 기준을 더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미 현대차윤리경영백서에 따르면 2003년부터 해마다 부정부패로 해고된 직원은 30명 안팎이다.
주요 기업들이 이렇게 강력한 부정부패 근절책을 내놓고 있는 데는 정권말기 ‘대기업 손보기’에 걸려들 수도 있다는 우려도 한몫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산하 건설업체의 한 임원은 “지금까지 대선이 다가올 때면 항상 표적이 되는 기업이 생겨나기 마련이었다”며 “만일 부정부패로 이런 사정에 걸릴 경우 기업의 이미지 실추는 물론 경쟁력 저하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어 미리 준비를 해놓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윤정식 기자@happys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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