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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적인 의과대학 교수들이 말하는 우수의료인을 양성하는 방법은?
최근 의대생에 의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우수의료인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를 놓고 한국과 미국 양국의 대표 의과대학 교수가 머리를 맞댔다.

10일 오전 11시 한림대학원대학교 회의실에서 김용선 한림대학교 의무부총장과 찰스 바데스(Charles L. Bardes) 코넬대학교 의과대학 입학처장이 이를 두고 다양한 방안을 내놨다.

-김용선 부총장( 이하 김): 요즘 한국 내 의료인의 살인, 의대생의 성추행 등 의료인에 의한 범죄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학교쪽에서도 어떻게 하면 인성과 능력 모두 갖춘 훌륭한 의료인을 양성할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

-찰스 바데스 교수(이하 바데스): 의료인 자질에 대한 문제는 미국사회에서도 뜨거운 이슈다. 의사는 생명을 상대하는 만큼 인성과 능력 모두를 갖춰야만 한다.



-김:한국에서는 의료인이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6년제(예과 4년, 본과2년) 의과대학에 입학하거나 4년제 학사를 마치고 4년제 의학전문대학원을 가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이 두 가지 방안을 놓고 사회적으로 효용성 논란이 심하다. 과연 어떤 제도가 우수한 의료인을 양성하는데 적합하냐는 논란이다. 미국은 어떻게 의료인을 양성하고 있나.

-바데스: 미국은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 미국에서 의사가 되려면 총 8년 과정(학부 4년, 메디컬스쿨 4년)을 거쳐야 한다. 메디컬스쿨도 그냥 갈 수 없다. 학부 4년을 마치고 MCAT라는 별도의 시험을 거쳐야 한다. 이 시험은 메디컬스쿨 입학을 위한 필수요소다. 학부 4년 동안 학생 대부분은 의학이 아닌 인문학 등 다양한 학문에 대한 공부를 한다.



-김: 의료인이 될 텐데, 4년 동안 의학 이외의 공부에 매진한단 말인가.

-바데스: 그렇다. 미국에서는 의대생이라도 학부 4년간은 교양수업을 많이 듣도록 독려한다. 코넬대 의과대학의 경우 학부 4년 동안 2/3의 학부생이 과학공부를, 1/3학생이 문학, 역사 등의 인문학 공부를 한다. 강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학부 4년동안 의학 본 과정 공부는 할 수 없다. 의료와 관련된 교육은 메디컬스쿨에서 시작된다.



-김: 예과 4년 동안 생물학 등 의학과 관련된 기초과목을 공부해야 하는 한국 의과대학과는 사뭇 다르다. 이유가 있나.

-바데스: 의학뿐 아니라 다양한 측면의 배경지식을 쌓게 하기 위해서다. 특히 윤리적 소양은 의사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 중에 하나다. 이런 공부는 틀에 갇히지 않은 다양한 공부를 통해 기를 수 있다. 나도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다. 당시 과학수업은 아주 조금 들었다. 분명 의료인이 되기엔 관련지식이 부족했지만 이후 유명의학연구소에서 1~2년을 일하며 실무경험을 쌓았고 결국 문학전공자였지만 의료인이 될 수 있었다.



-김: 그런 측면에서 우리 한림대학교 의과대학도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의과대학 최초로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 대학은 올해 의과대학 신입생 정원 76명중 15명을 입학사정관제도에 의해 선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첫 해인 만큼 걱정도 많다.

-바데스: 우선 한국 의과대학 최초로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 것을 축하한다. 분명, 우수한 의료인을 양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김: 감사하다. 코넬대 의과대학은 오래전부터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입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현재 이 제도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바데스: 우리 코넬대 의과대학은 매년 전미에서 5500여명이 지원해 이 중 100명의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입학하려면 모두 입학사정관에 의해 평가를 받아야 한다. 매년 선발인원은 상황에 따라 유동적인데 선발인원 조정은 미국의과대학협회와 같은 자율적인 위원회에서 매년 적정 배출인원을 산정하고 각 대학들이 이에 맞춰 조정한다.



-김:경쟁률이 55대 1이라니 놀랍다. 입학사정관의 파워가 정말 막강할 것 같다.(웃음)

-바데스: 미국 전역에 총 125개 의과대학이 있는데 매년 3만2000여명이 지원해 1만6000여명이 선발된다. 전체로 보면 경쟁률은 2대 1에 불과하다. 그다지 높은 건 아니다.(웃음)



-김:한국에서는 입학사정관제도입이 훌륭한 의료인 양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과연 공정하게 선발할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심의 목소리도 높다. 미국, 특히 코넬대 의과대학에서는 어떻게 입학사정관제도에 공정성을 기하고 있나.

-바데스: 평가에서 대학수능시험(SAT)성적도 중요하지만 이게 대세를 가르진 않는다. 성적보다 학생이 학부 생활을 하면서 보여준 학과점수 ,인성, 연구실적, 봉사활동 그리고 ‘개인의 특이한 인생경험’ 등이 반영된다. 학생선발에 있어서 입학사정관의 주관이 많이 반영되지만 공정성을 위해 관리는 철저히 한다. 예를 들어 추천서를 써달라는 학생의 사적 전화가 오면 아예 받지 않거나 바로 끊어버릴 정도다.(웃음) 하지만 융통성 있는 부분도 있다. 지원학생의 가족이 학교에서 근무하거나 동문인 경우, 혜택을 준다. 하지만 이도 다른 평가항목에서 타 지원자와 동점을 받았을 경우 적용되는 것이지, 타 평가항목에서 점수 차이가 나면 적용되지 않는다.



-김: ‘개인의 특이한 인생경험’이라? 이게 평가가 가능한가.

-바데스: 가능하다. 대학별로 원하는 인재상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학생의 인생경험을 듣고 각 대학의 인재상과 맞는지를 보는 거다. 성적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합격한 학생 몇명이 기억에 난다. 한 학생은 잠수함 선장이었고 또 다른 학생은 봉사활동으로 문맹인 제소자들에게 글을 가르친 경험이 있었다. 일반적으로는 NGO 등의 시민단체에서 리더십을 발휘했거나 연구실적이 특출한 경우 이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김: 인성은 어떻게 평가하나.

-바데스: 기본적으로 추천서라든지 학교활동기록 등으로 평가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면접이다. 면접은 2번 받는데 각각 다른 입학사정관에게 받는다. 중요한 평가요소는 소통능력, 인지해석능력 그리고 얼마나 설득력있고 진실한지를 평가한다. 행동에 심각한 결함(부정행위 전력)이 있다면 아무리 성적이 뛰어나고 인생경험이 화려해도 ‘아웃’이다. 절대 합격할 수 없다.



-바데스: 입학사정관의 권한도 한정됐다. 분명 주관에 의해 학생을 평가하지만 입학사정관 한명이 독단적으로 학생의 합격/ 불합격을 결정할 수는 없다. 합격/불합격 여부는 입학 관련 위원회에서 입학사정관 위원들이 공동으로 결정하게 돼있다. 면접을 두 번에 나눠 각기 다른 입학사정관에게 보게 한것도 심사에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서였다.



-김: 불합격 통보시 학생들의 반발은 없나

-바데스: 왜 없겠나. 미국에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여기가 아니면 다른데 가면 되지 꼭 여기에 목숨 걸 필요있나’ 하고 생각하기 때문에 크게 반발하진 않는다. 코넬대 의학대학에 지원가능한 학생이라면 전국 어디 의과대학도 갈 수 있는 학생이다. 우리가 학생들의 합격/불합격을 결정하는 것은 그 학생이 ‘의사가 될 수 있느냐’ 여부가 아니라 ‘우리 학교에 맞는 인재인가’하는 여부다. 학생들도 이런 부분을 잘 알고 있다.



-김:한국에서는 요즘 의료인에 의한 사회문제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의료인을 양성하는 교수 입장에서 ‘어떤 공부를 시켜야 하나…’ 고민이 많다. 미국에선 어떤가?

-바데스:미국에서도 의료인에 의한 범죄로 고민이 많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현재 4가지 방안이 강구중이다. 기본적으로 커리큘럼에 ‘의료윤리’ 항목을 강화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윤리학에 대한 공부를 별도로 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외 지원 학생의 범죄기록을 체크해볼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분명한 건 학생이 비윤리행위를 했을 경우 어떠한 예외도 없이 퇴학을 시킨다는 것이다.



-김: 요즘 한국 의과대학에서는 외과 등 일부 학과에 대한 기피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정말 문제점이 아닐 수 없다.

-바데스: 미국도 마찬가지다. 피부과, 성형외과 등에만 지원자가 몰리고 외과, 병리학과, 가정의학과 등은 안가려고한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연봉이다. 똑같이 생명을 다루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음에도 과에따라 수입은 극과 극을 오가는게 문제다.



-김: 어떻게 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바데스: 두 가지 해결책을 강구해볼수 있다. 하나는 전문분야별로 크게 차이가 나는 봉급수준을 맞추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기피학과를 지원하는 학생에 대한 교육비를 지원해주는 것을 고려해볼수 있다.

<황혜진기자@hhj6386>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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