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당국의 헤지펀드 전면 도입을 향한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선진 금융기법의 ‘종결자’라는 헤지펀드가 드디어 한국 금융시장에서 첫 걸음마를 뗀다니 투자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3월 뉴욕의 각종 헤지펀드 회사를 둘러본 터라 당국의 헤지펀드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고무적이다. 아직 구체적인 조건과 관련 규정이 제정되지 않아 정확한 모습을 그려볼 수 없지만, 헤지펀드의 원래 목적에 맞게끔 자율을 인정하고 다양한 투자기법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길 기대한다.
그러나 한편 걱정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다. 원래 헤지펀드는 이름대로 투자 위험을 헤지해 시장의 변동성과 상관없이 안전하게 일정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미국 헤지펀드 매니저들도 한결같이 10~15%를 추구한다고 말한다. 레버리지(신용을 사용하는 투자)도 예전처럼 높지 않고 평균 120% 내외다. 따라서 고수익-고위험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저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일반적인 전략이다. 그래서 고객층은 주로 대학의 발전기금이나 연금 그리고 ‘슈퍼 리치’ 계층이다. 하지만 한국 투자가들은 헤지펀드를 단기간에 특정 자산에 몰빵(?) 투자해 엄청난 수익을 추구하는 마법의 투자수단으로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염려스럽다. 게다가 신용 사용을 400%까지 허용하기 때문에 운용자의 성향에 따라 위험은 증폭되게 마련이다. 초창기에 기선을 제압해 한국의 소로스가 되겠다는 경쟁이 벌어질 경우 난폭한 운용이 헤지펀드 트렌드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작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작년 이후 인기 상한가인 자문형 랩이 헤지펀드의 중간 형태라는 인식이 공공연히 퍼지는 상황이다. 헤지펀드를 투자자문사 위주의 시장으로 키우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행여 잘못 읽히면, 투자자문형 랩어카운트와 신용 헤지펀드 간 수익률 경쟁으로 도입 초반에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현물 주식을 빌리지 않고 특정 주식을 공매도할 있는 ‘네이키드 숏셀링(naked Short Selling)’이 허용되면 초기 헤지펀드 간 과도한 수익률 경쟁으로 치달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런 걱정에도 불구하고 헤지펀드의 허용은 매우 바람직한 결단이다. 헤지펀드의 도입으로 우리 투자시장의 다양성과 투자기법의 고도화는 한층 빨라질 것이다. 또 헤지펀드의 허용은 자본이 아니라 펀드매니저의 전문성 하나로 국제 자본시장에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미국의 헤지펀드 매니저인 존 폴슨은 지난 금융위기 때 불과 서너 달 사이에 160억달러를 벌었다.
물론 폴슨은 예외적인 경우다. 단지 금리의 2배 정도라도 시장의 변동과 상관없이 꾸준히 수익을 내는 헤지펀드 매니저가 많을수록 대한민국의 미래는 안정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