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고 있지 않지만 국내 기업들은 하반기 수출 호조세를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가 전국 수출 제조기업 505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1년 하반기 수출 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47.7%의 기업이 ‘하반기 수출이 상반기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응답했다. ‘상반기와 비슷할 것’이란 응답도 40.4%에 달했다.
수출 호조를 예상하는 이유로는 ‘수출 대상국의 경제 회복으로 인한 수요 증가’(50.6%)를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품질·이미지 등 비가격경쟁력 강화’(20.7%), ‘수출시장에서의 경쟁 강도 약화’(9.5%) 등을 차례로 꼽았다.
하반기 수출 유망 지역으로는 가장 많은 41.8%의 기업이 ‘아시아(중국ㆍ인도 제외)’를 꼽았고, 이어 ‘브릭스’(21.0%), ‘북미’(20.2%) 등을 꼽았다. 반면 한-EU FTA 비준으로 수출 확대가 예상되는 ‘유럽(러시아 제외)’은 상대적으로 낮은 17.2%에 그쳤다.
대한상의는 이에 대해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경기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반면 아시아와 브릭스 등 신흥시장은 높은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수출 유망품목으로는 ‘자동차ㆍ부품’(27.3%), ‘반도체ㆍ디스플레이’(20.6%), ‘정보통신’(16.4%), ‘친환경ㆍ녹색’(13.1%) 순으로 답했으며, ‘가전’(11.3%)과 ‘선박·플랜트’(11.1%) 등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 왔던 품목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기업들은 하반기 수출을 위협하는 주요 대외 불안요인으로 ‘유가ㆍ원자재가 상승’(48.5%)과 ‘환율 하락’(37.2%)‘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그 다음으로 ’미국경제의 둔화 가능성’(15.8%), ‘일본 대지진의 여파 장기화’(15.8%), ‘중국경제 긴축 우려’(15.0%), ‘유럽 재정위기 재발 가능성’(12.5%), ‘중동 정세 불안 지속’(10.5%) 등이 뒤를 이었다.
환율 변동에 대한 대응책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기업의 35.0%가 ‘원가 절감, 생산성 향상’이라고 답했으며, ‘별다른 대비책이 없다’고 응답한 기업도 24.0%나 됐다. 반면 ‘수출시장 다변화’(15.2%), ‘환 헤지 등 재무적 대응’(14.9%), ‘해외 마케팅 강화’(11.7%), ‘신제품ㆍ기술 개발’(11.1%), ‘결제통화 변경’(9.1%) 등 적극적인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수출기업들은 ‘원자재가 상승과 환율 절상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42.2%)를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고, 이어 ‘개도국과의 경쟁 심화’(26.9%), ‘해외시장 정보 부족’(19.8%) 순으로 답했다.
하반기 수출 증대를 위한 정부 정책 과제로 기업들은 ‘원자재가, 물가 안정’(60.0%)과 ‘환율 안정’(44.6%)을 가장 지적했고, ‘수출금융 지원 강화’(19.6%)와 ‘해외 전시회, 마케팅 참가 지원’(18.6%)도 상대적으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올 상반기 수출이 작년 대비 20% 이상 증가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보인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전망은 상당히 고무적”이라며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 유럽 재정위기 재발 우려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하반기에도 수출 호조세를 이어갈 수 있도록 유가·원자재가의 안정, 환율 안정, 수출금융 지원 강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태일 기자@ndisbeg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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