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에서 ‘시장이 열린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아무리 좋은 신소재가 발견되더라도 단가가 비싸 상업성이 없는 경우가 종종 벌어지기 때문이다. 수익을 낼 수 없으면 좋은 상품이라도 접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고유가ㆍ친환경이란 이슈는 화학업계에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현재까지는 상업성이 없던 경량화 소재들이 상업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기 때문이다. 각 화학업계들은 조만간 펼쳐질 경량화 대전을 준비 중이다.
그 중 한 소재가 탄소섬유다. 탄소섬유는 무게가 철의 4분의1이면서 10배 가량 강도가 강하다. 그러나 고가인 만큼 항공우주용이나 군사용이나 상업화하기는 어려웠던 소재였다. 차량 경량화에 쓰이기는 했으나 일부 매니아층이 스피드를 위해 고가의 튜닝을 할 때만 쓰이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항공기, 자동차, 자전거, 풍력 발전의 날개(블레이드) 등에서 탄소섬유의 이용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탄소섬유의 세계시장 규모는 올해 현재 연간 5만t(약 20억달러) 규모이나, 2020년에는 시장규모가 50억달러로 성장할 예정이다. 국내 시장 규모는 현재 2400t 수준으로 연간 11% 이상 급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부터 도레이첨단소재와 효성이 맞붙을 예정이다. 도레이첨단소재는 2013년 1월 양산을 목표로 2200t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을 건설한다. 효성도 국내 독자 기술을 개발해 2013년 연산 2000t 규모의 탄소섬유공장을 건립한다.
효성은 2020년까지 1만7000t 규모까지 생산라인을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효성에 뒤이어 코오롱, 태광산업 등에서도 탄소섬유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섬유가 아닌 플라스틱 업계에서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통해 경량화 시장에 이미 뛰어들었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이미 자동차용 핵심소재에 이용되고 있다. 양산비용이 낮고 금속 수준의 강도와 내열성을 가지고 있어서 결국 경량화 시장의 대부분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나라 기업 중 LG화학, 현대EP, 코오롱플라스틱,LG화학, 현대EP, 코프라, 삼양사 등은 더 강하고 내열성이 강한 소재를 생산하기 위해서 각축전을 이미 벌이고 있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과 탄소섬유가 혼합된 소재들도 앞으로 상업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기존 철강사들에게도 경량화가 이슈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전세계 17개 철강사는 3년간의 공동 연구를 통해 기존보다 35% 가벼운 미래형 차량에 맞는 친환경 경량차제 개발을 지난 5월 성공하기도 했다. 경량화가 곧 생존의 문제이기도 한 셈이다.
<이상화 기자 @sanghwa9989> sh9989@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