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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직자 파멸시키는 ‘악마의 덫’ 이 뭐길래?


최근 공직자들의 부정부패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비리 의혹에 연루된 저명인사들의 자살이 잇따르면서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이들을 파멸에 이르게 하는 이른바 ‘악마의 덫’이 과연 무엇인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건설현장 식당 비리 연루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임상규(62 순천대 총장) 전 농림부 장관이 지난 13일 자살한데 이어, 17일에는 김기훈(46) 전남문화산업진흥원장이 전남 무안군 삼향면 아파트 관사에서 연탄불을 피워놓고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 모두 비리 의혹과 관련한 검찰과 경찰 등 당국의 조사가 본격화하자 심리적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총장은 자신이 ‘악마의 덫’에 걸렸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겨, 이 ‘악마’가 구체적으로 누구 또는 무엇을 지칭하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낳았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믿었던 한 사람의 배신이 30여년 공직생활 동안 쌓아온 신망을 허물어뜨리며 그의 삶을 파멸로 이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실패한 인간관계의 위험성은 임 전 총장만이 겪은 문제가 아니다. 지위나 명성, 그에 따른 사회적 영향력이 높아질수록 그 위험도 커지게 돼 있다. 이른바 사람 만나는 게 두려운 세상, 잘못된 만남으로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기 쉬운 ‘휴먼 리스크 시대’에 살고 있다는 진단이다.

복잡다단하고 다종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현대사회에서 사업이나 업무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맥이 필요하지만, 인간관계를 잘못 형성했다간 큰코 다친다는 얘기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맥이나 인맥을 통해 청탁이 오는 경우 합리적인 사람조차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며 “연고를 통한 청탁은 궁극적으로 사람 간 만남의 단절, 소통의 단절을 초래하는 사회악”이라고 진단한다.

이런 인간관계의 리스크는 학연·지연 등 연고자 간 만남에서 비롯되고 시간이 갈수록 확대된다. 인적 네트워크란 말로 포장되기도 한다. 그것이 사업 성공에 큰 힘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파멸로 이끄는 ‘악마의 유혹’은 여기서 시작된다.

박연호 부산저축은행그룹 대주주는 호남의 명문 광주일고 동문들을 위기로 몰아넣은 사례다. 수조원대의 불법 대출과 편법 자산운용, 분식회계를 일삼은 혐의를 받고 있는 부산저축은행그룹 대주주와 임원들은 브로커를 내세워 학창 시절 모범생에서 명망 있는 관료로 성장한 선후배들을 수뢰 혐의자로 끌어내렸다. 검찰의 서슬 퍼런 수사의 칼끝이 정치권을 향하고 있다고 하니, 지역 연고의 일부 정치인도 비리 혐의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적잖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다 보니, 개인적인 만남을 꺼리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한 정부 인사는 음식점에서 지인이나 업무와 관련한 인사를 우연히 만나는 경우 잘못 오해를 사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고 털어놓는다. 이런 현상이 심화된다면 사회가 더 삭막해지고, 사회 전반적으로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저축은행 사태는 우리 사회의 관계망이 학연·지연으로 엮여 있고, 합리성보다는 인정이나 감정을 바탕으로 불법을 행하거나 비리를 감추는 데 이용되고 있는 것을 확인시켜준다”면서 “다만, 연고자 간 만남이 인맥과 친분을 만들어가는 순기능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 교수는 또 “비리를 덮고 청탁을 하는 모임이 아니라 출신 학교나 지역사회에 기부를 하자는 식의 공익적 모임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헤럴드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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