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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인사동 지켰던 김창실대표 별세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지난 34년간 ’미술의 거리’ 인사동을 지켜왔던 (주)선화랑 김창실 대표가 6월 18일 오후 7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6세. 국내를 대표하는 1세대 화랑주인 김 대표는 작년 9월 비브리오 패혈증을 앓으며 건강이 급격히 악화된 이래, 입퇴원을 반복하다 이 날 서울대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황해도 황주 출신인 고인은 1957년 이화여대 약대를 졸업한 뒤 약사로 활동하는 틈틈이 미술을 가까이 했다. 잡지표지에 실린 그림이며, 달력그림을 액자에 끼워 약국에 걸곤 했던 김 대표는 이후 작은 그림을 한점, 두점 사모으다 1977년 인사동에 선(選)화랑을 개관하며 갤러리스트로 변신했다.

화랑 개관 후 홍익대 미술사학과를 다니며 활발하게 전시를 펼치는 한편으로, 국내에 이렇다 할 미술전문지가 없는 것을 안타까이 여겨 1979년부터 1992년까지 적지않은 예산을 쏟아부으며 14년간 미술계간지 ‘선미술(選美術)’을 발행하기도 했다. 미술가와 대중을 이어주는 다리이자, 이론가에겐 연구발표의 장이기도 했던 선미술은 일반에게 미술 교양과 정보를 전달하며 한동안 미술계 여론을 이끌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유준상 전 서울시립미술관장 등 유력인사들이 젊은 시절 이 잡지의 편집장을 거쳐갔다. 

고인은 34년간 국내외 작가의 기획전을 400회 이상 개최했다. 특히 35~45세 유망작가를 대상으로 1984년부터 ‘선(選)미술상’을 제정해 운영하는 등 역량있는 작가를 발굴, 육성하는데 힘을 쏟았다. 그간 선미술상을 거쳐간 오용길, 고정수, 황창배, 이두식, 김영원, 이석주, 김병종, 황인기, 황주리, 문봉선, 서도호, 김범, 박은선, 이이남 등 22명의 작가는 한국미술계 중추적 작가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스스로 ’화상’이기 보다는 ’문화사업가’임을 자임했던 김 대표는 신문 및 잡지에 미술문화를 알리는 에세이를 자주 기고했다. 작가및 컬렉터와의 만남, 화랑 경영에 얽힌 이야기 등을 담은 에세이집 ’달도 따고, 해도 따리라’(김영사 간)를 펴내기도 했다.

한국화랑협회 회장을 두번 역임하며 현대미술계및 화랑계 발전을 위해 진력했던 고인은 화랑가의 잘못된 관행에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명실상부한 화랑가 큰어른이었던 셈. 그는 미술 뿐 아니라 공연 문학출판 박물관 여성계와도 폭넓게 교류했다. 각종 문화기관의 자문과 심사를 맡았으며, 세종문화회관 후원회및 예술의전당 후원회 등 문화예술계를 막후에서 돕는 일에도 앞장서왔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문화의 날에는 현직 화랑경영자로는 처음으로 국가 훈장(옥관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남편 이호현(동북관세법인 고문)씨와 아들 성훈(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경훈(이림법률사무소 변호사)씨, 그리고 어머니의 뒤를 이어 화랑(갤러리 선 컨템포러리)을 운영 중인 딸 명진씨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2일 오전 8시. 장지는 경기도 파주시 탄현의 동화경모공원이다. 02)3410-3151~3

이영란 기자/yrlee@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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